서유럽 극우정당 급부상…EU, 墺 외교 고립 조치 결의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5분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의 외르크 하이더 당수가 또 독설을 했다.

하이더는 13일 영국 주간지 선데이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영국총리를 “20세기 최대 범죄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해 영국인들을 당혹하게 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는 “좋은 일과 함께 나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 주요 정치가들의 운명”이라며 “처칠이 했던 나쁜 일은 독일 드레스덴 등지에 대한 폭격 결정으로 당시 드레스덴 등에는 독일군은 한 명도 없었고 민간인들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5월로 예정된 오스트리아 방문을 취소해도 오스트리아 국민은 별로 당황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자유당의 연립정권 참여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은 오스트리아에 대한 외교적 고립 조치를 취하기로 결의했고 오스트리아 국내에서도 항의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각국의 극우 세력들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

1998년 총선에서 7.5%를 득표한 덴마크의 극우 인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총선 당시의 두 배가 넘는 18%의 지지를 얻었다. 피아 카에르가르 인민당 대표는 “덴마크는 이민의 나라가 아니며 우리는 다인종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고 이민유입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연방 선거에서 23%를 얻어 득표율 1위, 의석 2위를 차지한 스위스 극우 인민당 크리스토프 블로흐 대표도 남동유럽 출신의 이민 노동자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유도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주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주 엘 에히도에서는 모로코계 주민이 스페인 여성을 살해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북아프리카계 이민에 대한 현지인들의 폭력사태가 발생해 많은 이민자들이 피난길에 올랐다.

서유럽의 극우파 부상은 북아프리카 터키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유입되는 이민과 난민의 급증과 관련돼 있다. 많은 서유럽인들은 이들 이민자와 난민이 서유럽의 문화적 정체성과 실업 범죄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위협적인 존재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극우정당들은 이민 통제, 외국인 범죄의 강력한 단속, 유럽통합 거부 등을 내세워 민심에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경제가 나빠져 사람들이 연금과 실업을 걱정하게 될 때 극우파가 상대적으로 부상하게 된다”며 지금처럼 유럽경제가 호황인 때는 극우파가 더 이상 세력을 확산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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