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李登輝총통 '국제舌禍'… "대통령 잘못뽑아 比거덜"

  • 입력 2000년 2월 10일 23시 29분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이 다음달 실시되는 총통선거와 관련, 필리핀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대만과 필리핀간에 외교적 갈등소지가 생겼다.

리총통은 8일 집권 국민당의 롄잔(連戰)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도중 국민당에서 탈당한 쑹추위(宋楚瑜)후보를 지칭해 “이번 선거에는 한(漢)나라의 왕권을 찬탈한 왕번처럼 표리부동한 후보가 있다”며 쑹 후보를 맹비난한 뒤 “총통을 잘못 뽑으면 필리핀처럼 경제가 거덜나게 된다”고 발언했다.

리총통은 또 “필리핀 노동자 수십만명이 대만 등 이곳저곳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돌아다닐 정도로 경제 상황이 크게 나빠졌다”면서 “이는 이들의 부모가 대통령을 잘못 뽑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리총통의 발언과 관련, 필리핀 대통령궁의 파루이칸 대변인은 9일 성명을 내고 “리총통은 필리핀 정부와 국민을 모욕한 것이며 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파루이칸 대변인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외국에 나간다는 리총통의 말은 맞지 않다”면서 “필리핀은 아시아의 주요 경제국이었던 1960년대 초반부터 고급 기술습득 등을 목적으로 근로자들을 여러 나라에 내보냈다”고 강조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