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오스트리아에 첫 "외교단절" 초강수

  • 입력 2000년 2월 2일 19시 10분


오스트리아에 극우 자유당-보수 인민당의 연립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마스 클레스틸 대통령은 연정구성을 거부할 헌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3일 총선이후 계속된 권력공백을 더 방치할 수 없고,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의 극우연정 반대를 ‘주권침해’로 보는 국내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인민 연정이 들어서면 오스트리아는 외교적으로 고립될 소지도 있다. EU의장국인 포르투갈은 극우보수 연정이 출범하면 외교관계를 중단하고 오스트리아의 각종 국제기구 진출에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이미 경고했다. 이는 EU가 회원국에 대해 취한 가장 강력한 경고다. EU 전신인 유럽공동체(EC) 출범 이후 43년 동안 이번 같은 경고는 없었다. 이는 EU회원국들이 자유당과 외르크 하이더 당수를 적대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U가 스위스 인민당 등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들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EU는 회원국을 동유럽까지 넓히려 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당은 EU를 동유럽까지 확대하면 이민유입을 가속화시켜 오스트리아국민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하이더당수는 특히 나치정권의 외국인 유입억제정책에 공감을 표시하고 나치 친위대(SS) 가담인사들을 ‘명예로운 사람들’이라고 찬양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볼프강 쉬셀 인민당 당수와 하이더는 “우리의 연정을 막으려는 외국의 시도는 전적으로 부적절하다”며 “우리는 유권자들의 뜻을 존중해 사회 정치개혁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내여론의 지지를 믿고 있는 것이다.

인민당은 줄곧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료 배분과 일부 정책에서 이견이 빚어져 사민당과의 연정협상이 실패하자 자유당과의 연정을 추진했다. 자유-인민 연정이 출범하면 사민당은 30년만에 정권을 잃게 된다. 자유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52석(전체 183석)을 차지해 사민당(전체 183석중 65석)에 이어 원내 2당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극우정당이 원내 2당이 된 것이다. 자유당은 인민당(52석)과 의석이 같지만 득표율에서 앞섰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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