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 戰犯' 아르칸 피살…알바니아계 환호

  • 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3분


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 무수한 사람을 학살했던 아르칸은 그동안의 죄값을 치르기라도 하듯 무차별 총격을 받고 비참하게 죽어갔다. 전범으로 7개국에 수배되자 두려움 속에 떨며 경호원까지 대동하고 다녔으나 총탄 세례를 피하지는 못했다.

미 CNN방송은 16일 아르칸이 암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당연한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며 환호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로빈 쿡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폭력을 일삼아온 아르칸이 폭력의 피해자가 된 것은 조금도 놀랍지 않다”며 “그를 전범재판소에 세울 기회를 놓친 것이 애석할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이날 파나마 방문 중 이 소식을 듣고 “전범을 재판정에 세울 수 없게 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유고 야당들은 아르칸이 그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과 공모, ‘인종 청소’ 등에 관해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 음모 아래 제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학살 피해자의 유족이 저지른 보복일 가능성이 크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아르칸은 17세 때 교도소 신세를 진 후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은행강도짓을 일삼다 1970년대와 1980년대 한번씩 체포됐으나 모두 탈옥했다. 유고연방 비밀정보기관의 돈을 받고 반정부 인사를 암살하는 살인청부업자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그가 절도 강도 등 각종 범죄로 선고받은 형만 합해도 20년에 이를 정도. 민족주의자를 자처한 그는 1991∼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호랑이들’이란 민병대를 조직해 이슬람교도와 크로아티아인을 상대로 살인 강간 약탈 등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는 민병대를 이끌고 전투부대의 꽁무니를 좇아 다니며 종교와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양민을 마구 살해, 주민들로 하여금 정든 마을을 떠나게 하는 ‘인종청소’를 자행해왔다. 특히 91년 크로아티아 주민 250명을 잔혹하게 학살한 혐의로 97년 유고전범 국제형사재판소(ICTY)에 비밀리에 기소됐다.

극우성향의 세르비아인들은 그를 영웅처럼 떠받들며 92년 국회의원으로 뽑았다. 그는 전쟁통에 엄청나게 돈을 벌어 세르비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가 됐다. 95년에는 미모의 젊은 인기 여가수와 세번째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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