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IT大 폴 크루그먼 교수, NYT 고정 칼럼니스트 데뷔

  • 입력 2000년 1월 4일 01시 32분


미국 MIT대 교수 폴 크루그먼이 일간지 뉴욕타임스 2일자에 고정 칼럼니스트로 데뷔했다.

크루그먼은 '다시 한번'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현재를 '제2의 세계경제시대'라고 지적하고 21세기의 경제적 과제는 20세기 초반에 붕괴된 세계경제주의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일반인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칼럼 요지.

역사학자들은 운송과 통신 분야의 신기술로 대규모 국제무역과 투자가 가능해진 19세기 중반 이후를 '제1의 세계경제'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기술자들은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대서양에 케이블을 설치하고 알프스산맥에 터널을 뚫는가 하면, 바다를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하는 등 기적을 이뤄냈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가 완성될 즈음 세계경제는 분열되기 시작했다.

제1의 세계 경제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전쟁의 희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파나마 운하 완공과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이 모두 1914년 8월에 이뤄졌다. 전쟁과 초인플레, 독일의 정치적 불안정, 미국의 고립주의 등은 1945년까지 세계경제를 철저하게 분열시켰다. 일부 엘리트들이 세계경제주의를 계속 주창했지만 세계경제의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에 체제가 쉽게 붕괴되고 말았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주도로 재건된 '제2의 세계경제'시대에 살고 있다. 70년대 이후 세계전체의 생산대비 무역규모가 1914년 이전 수준에 도달했으며 최근 10년동안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회생했다.

그렇다면 제2의 세계경제는 튼튼한 기반 위에 세워진 것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충분히 강하다고도 할 수 없다. 현재의 세계경제주의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극히 작은 학파에 불과하며 일반인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뿌리없는 세계주의자들의 이념으로 치부되고 있다.

작년 11월 시애틀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때 전세계 시위대가 무차별적인 파괴행위로 항의를 표시한 것에서도 교훈을 찾을 수 있다. 현실이 자유무역주의자 편에 서있고 일반인들이 세계무역을 지지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반(反)세계경제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21세기의 더 큰 경제적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다. 즉 제2의 세계경제가 일반인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실패한다면 제2의 세계경제도 결국 제1 세계경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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