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자력개발 첫 사망사고…"안전신화 붕괴" 충격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00분


일본 열도가 방사능 피폭자 사망으로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22일자 일본 주요신문의 1면 머릿기사 제목은 모두 똑 같았다. ‘피폭 오우치 사망―국내 원자력개발 첫 사망’.

9월30일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무라(東海村)의 민간 핵연료제조회사 JCO 도카이사업소 방사능 누출사고 때의 직접적 피폭자였던 JCO사원 오우치 히사시(大內久·35)는 사고발생 83일만인 21일 밤 숨졌다.

그의 치료를 맡아왔던 도쿄(東京)대병원 의료진은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의사도 본 적이 없는 상황에 직면해 왔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병세는 심각했다. 피를 만드는 조혈 세포가 상당부분 파괴됐고 피부의 70% 이상이 깊은 화상을 입었다. 결국 그는 폐 간장 신장 등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사망했다.

일본이 오우치 사망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JCO 방사능 누출사고가 너무 원시적이었기 때문. JCO는 우라늄 용액을 양동이로 퍼부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본의 ‘안전신화’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다카기 진자부로(高木仁三郎)전 원자력자료정보실대표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든다”며 만연해가는 일본의 안전불감증을 꼬집었다.

이하라 요시노리(伊原義德)전 원자력위원장대리는 “사고가 일어나도 일반인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게 한다는 것이 원자력사고 대책의 기본인데 JCO는 그 기본원칙마저 지키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오우치 사망으로 일본에서는 원자력사용 반대운동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은 원자폭탄의 공격을 받은 유일한 국가여서 원자력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다.

그러나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로서 안전대책은 강구해 나가겠지만 원자력정책의 변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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