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中대륙의 품으로]푸퉁화 열풍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20일 중국 회귀를 앞둔 마카오에 ‘대륙풍’이 몰아치고 있다.

마카오 인구의 97%가 중국계. 그러나 442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다보니 거리 풍경부터 언어까지 포르투갈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있었다. 인구 3%에 불과한 포르투갈인과 매카니즈(포르투갈인과 중국계 사이에 태어난 혼혈)가 사회 상층부를 형성하고 마카오를 이끌어왔다. 이같은 포르투갈의 ‘서풍(西風)’은 대륙 회귀를 맞아 약해지고 그 대신 중국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푸퉁화(普通話) 열풍’도 그 중 하나.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는 포르투갈어나 광둥어를 써온 대부분의 마카오인들에겐 외국어만큼이나 낯설다. 그렇지만 20일 반환과 동시에 푸퉁화는 관공서의 공식언어로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포르투갈어를 주로 써온 공무원들은 푸퉁화를 배우기 바쁘다. 일과가 끝나면 어학원이나 야간학교를 찾아가 표준어를 익히고 있으며 일부는 중국어 노래 모임을 만들어 학습효과를 높이려 애쓰고 있다.

마카오 경찰청장 조세 브랑코(중국명 바이잉웨이·白英偉·42)도 얼마 전 푸퉁화 학습 대열에 끼었다. 그는 포르투갈과 중국계 혼혈인 매카니즈. 84년 경찰에 입문, 천신만고 끝에 경찰총수인 경찰청장에 올랐다. 관영 신화통신은 “그가 푸퉁화 공부를 시작한 것은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된 다음에도 계속 공직에서 일하기 위해서”라고 최근 전했다.

마카오 행정청 통계에 따르면 98년 말 현재 푸퉁화를 구사할 수 있는 마카오인은 7만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푸퉁화 보급을 위해 최근 해마다 60∼70명의 표준어 선생을 마카오에 파견했다. 그러나 현재 표준어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마카오 학교 전체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마카오 반환과 함께 급변할 전망이다.

대륙의 바람은 마카오 행정청에도 불어닥쳤다. 포르투갈인과 매카니즈가 고위직을 독점해오던 행정청은 반환을 앞두고 이미 중국계 일색으로 바뀌었다.

에드먼드 허(중국명 허허우화·何厚·44)신임 행정청장을 비롯해 7개 부처 최고책임자가 모두 중국계다. 특구 행정위원회의 위원(10명)도 모두 중국계이고, 입법부와 사법부도 중국계가 절대다수를 점하게 됐다. ‘중국계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경제분야에서도 중국계가 약진했다. 에드먼드 허 신임 행정청장이 회장으로 있는 타이펑(大豊)은행은 한때 부도직전까지 갔으나 중국 정부의 지원하에 기사회생해 지금은 마카오 소재 23개 은행 중 ‘빅 4’ 안에 든다. 빅4 모두 중국계 은행임은 물론이다.

포르투갈 총독부 시절 발권은행이었던 포르투갈계 ‘다시양(大西洋)은행’은 마카오 반환과 더불어 발권기능을 ‘중국은행 마카오 분행(分行)’에 넘기게 된다. 중국은행 마카오 분행은 마카오 반환일인 20일 새로운 화폐를 발행, 현재 사용되고 있는 마카오달러 파타카를 대체할 예정이다.

치안도 강화될 전망. 중국 당국은 마카오 반환 이후 치안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광둥성 영내에서 활동하는 마카오 트라이아드(三合會)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서 한달간 40여명을 검거했다. 이들 중 예청젠(葉成堅)등 두목급 3명은 사형선고가 내려지자마자 바로 사형이 집행돼 범죄조직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15일 인민해방군이 마카오에 진주하면 범죄단체의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륙과의 교류는 훨씬 활발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관광산업의 중심지인 마카오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본토인이 쉽게 마카오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마카오와 광둥성 서부지역의 경제교류를 가속화할 새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44만 인구의 마카오는 몰아치는 대륙의 바람을 맞아 빠르게 ‘중국풍’으로 변하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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