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그리스펀 의장 “호황열매 공평히 나누자”

  • 입력 1999년 9월 9일 19시 21분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8일 미국의 빈부 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그린스펀은 “경제호황의 열매가 내가 바라는 만큼 많은 가구에 확산되지 않고 있다”며 “인종차별은 미국 경제 성장을 막는 주요 요인인 동시에 부의 공평한 분배를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이적인 미국 경제를 어떻게 유지하고 그 열매가 최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도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한 뒤 “(해결책으로) 모든 사람들이 창의적인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스펀은 그동안 대중연설을 하면 주로 금리와 주가 등 금융시장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했기 때문에 이날의 연설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는 이날 제럴드 포드 재단이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드에서 주최한 ‘미국의 세기’라는 주제의 포럼에 참석해 연설했다. 그린스펀의 이날 연설은 9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의 어두운 면을 지적한 것이다.

미 의회예산실(CBO)이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내 가장 부유한 1%(270만명)가 미국 전체 부(富)의 40%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인의 대다수라고 할 수 있는 소시민 80%가 소유한 부는 고작 전체의 16%에 지나지 않는다.

이같은 빈부격차는 세계화와 디지털경제 혁명으로 인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레스터 서로 미 MIT대 교수는 저서 ‘지식의 지배’에서 “지식이 자본과 노동에 우선하는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했다”며 “지식기반사회에서 부의 특징은 피라미드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훨씬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빈부격차가 심해져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의 후진국 빈곤층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