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5일부터 총선…간디家 파워 부활이냐? 쇠퇴냐?

  • 입력 1999년 9월 1일 18시 23분


유권자 6억500만명의 인도는 5일 총선에 돌입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2명을 제외한 543명의 의원을 뽑는데 5000여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10월3일까지 지역별로 5차례로 나뉘어 실시된다.

집권 인도인민당(BJP)이 중심이 된 신민주연맹을 이끌고 있는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와 국민회의당(CP)을 이끄는 소냐 간디 총재의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4월 불신임을 받아 위기를 맞았던 바지파이총리는 파키스탄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 속에 재집권이 유력시된다. 정권대체세력으로 꼽히는 소냐의 국민회의당은 최근 지지도가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소냐가 이탈리아 태생이란 점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따라서 소냐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 3명의 총리를 배출한 정치 명문 ‘네루―간디’가의 영광을 잇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지파이는 5월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반군이 인도령 카슈미르를 침입하자 군대를 동원, 반군을 격퇴했다. 전쟁을 거치며 애국주의가 고조돼 바지파이 정권의 지지도가 부쩍 올라갔다.

이 때문에 소냐는 바지파이 정권이 작년에 침입한 이슬람반군을 방치해오다 총선을 앞두고 위기국면을 만들었다는 ‘전쟁 음모설’을 주장하며 세를 만회하려 애쓰고 있다.

신민주연맹측은 소냐가 이탈리아 태생인 점을 들어 “외국인에게 정권을 내줄 수 없다”고 비난해왔다. 최근 조지 페르난데스 국방장관은 “소냐가 인도로 와서 한 일은 아이 둘을 낳은 것 뿐”이라고 인신공격을 했다.

소냐는 “암살된 시어머니 인디라 간디가 내 품에서 숨을 거둘 때 나는 이미 인도인이었다”며 “신민주연맹은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조롱하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바지파이측은 소냐가 나설 두 지역구에 강적을 내보내 바람을 재우려 하고 있다. 인도 총선에서는 복수 지역구에 후보등록을 할 수 있다. 소냐가 남편 라지브 간디 전총리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후보등록을 한 아메티지역구에 바지파이측은 라지브 내각 당시 상무장관을 지낸 네루가(家)의 후손 아루시 네루를 투입했다.

소냐의 먼 친척 뻘인 네루는 CP에서 BJP로 당적을 바꾸더니 연일 소냐의 외국태생 문제를 공격하고 있다. 바지파이측은 또 벨라리 지역구에는 뉴델리주 장관을 지낸 여성 당대변인 수쉬마 스와라지를 내보내 소냐의 ‘여권론’의 예봉을 꺾으려 한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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