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표정]독립 확정적…민병대두려워 自祝 자제

  • 입력 1999년 8월 31일 19시 42분


역사적인 주민투표 하루 뒤인 31일 오전. 동티모르의 주도(州都) 딜리 시내는 무장한 친인도네시아계 자치파 민병대원들만 활보하고 다녔을 뿐 조용했다. 집집마다 인도네시아 국기가 꽂혀 있어 동티모르인 가운데 과연 얼마나 독립을 지지한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하지만 이는 민병대로부터 독립파로 몰려 테러당할 것을 두려워해 꽂아놓은 것 일 뿐이라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말이다.

◇美도 독립 기정사실화

독립파는 예상을 넘는 투표율만 봐도 이미 독립은 확정됐다고 주장한다. 아직 무장 민병대가 활보하고 있어 자축행사를 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과 미국 등은 동티모르의 독립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오후가 되면서 며칠 전 살해된 민병대 1명의 시체가 딜리시내에서 발견되자 거리에는 아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유혈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또 민병대는 독립파 인사들이 출국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를 봉쇄했다.

이날 유엔동티모르파견단은 동티모르내 투표소 850곳 중 투표가 중단된 7곳을 제외한 곳의 전체 투표율이 98.6%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구스마오“보복자제”

이날 남서부 75㎞ 지점의 말리아나시에서 민병대가 대학기숙사 등 2곳을 습격했다는 소식이 인권단체를 통해 전해졌다.

한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연금중인 사사나 구스마오는 이날 변호사를 통해 “젊은이들은 감정과 도발적 행동을 자제하고 민병대의 폭력에 보복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카를로스 벨로 주교는 인도네시아 당국에 구스마오를 즉각 석방하도록 촉구했다.

〈딜리〓강수진기자·외신종합연합〉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