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의 안네 프랑크' 건강한 모습 美도착

  • 입력 1999년 8월 28일 00시 31분


코소보의 ‘안네 프랑크’는 살아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미국 소년에게 E메일을 보내 코소보의 참상을 전했던 코소보 소녀 아도나(본명 쿠이테사 베이툴라후·16)가 25일 미국에 도착해 소년을 만났다.

‘인종청소’와 폭격의 공포 속에 지내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던 아도나. 그의 사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의 비참함을 실감하게 했다.

아도나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E메일 친구 피네간 하밀(16)과 반갑게 만났다. 기자들이 “첫 인상이 어떠냐” “막상 만나보니 어떤 감정이 드느냐”는 등 짓궂은 질문을 두 사람에게 던졌다.

하밀은 “아도나를 만난 것이 꿈만 같다”면서 “우리 만남을 전쟁터에서 꽃핀 10대들의 로맨스로 과장하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아도나와 하밀은 올 1월부터 E메일로 사연을 나눴다. 코소보 소녀는 세르비아계의 보복을 우려해 본명을 숨기고 E메일ID인 아도나를 이름으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3월 중순 아도나의 E메일이 끊겼다. 가끔 전화 연락이 있기는 했으나 6월초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완전히 소식이 끊겨 하밀을 안타깝게 했다.

아도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은 하밀이 다니는 미국교회에 의해 확인됐다. 교회측은 코소보의 청소년단체 ‘비관주의를 넘어서’를 통해 아도나의 연락처를 알아내 접촉을 하다 아도나를 다른 코소보 소녀 2명과 함께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아도나는 10개월간 미국에 머물며 고교에 다닐 예정. 그는 전쟁을 겪으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리면 고통은 끝난다”는 교훈을 배웠다며 이를 미국 학생들에게 전해주겠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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