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FRB, 경제진단「시각차」

  • 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23분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향후 미국 경제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저인플레이션과 견고한 성장”이라고 전망했다.

루빈 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 소위에 참석, 인플레 위협을 경계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루빈의 발언은 ‘인플레 가능성이 크므로 긴축이 필요하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8일 성명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향후 미국 경제전망 및 운용과 관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장기호황이 지속된 지난 8년간 미 재무부와 FRB는 경제운용과 관련해 호흡을 잘 맞춰왔다.

루빈의 이날 발언은 미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으로 ‘고성장과 저인플레의 동시달성이 가능하다’는 이른바 신경제론에 바탕을 둔 것.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6일 신경제론에 대해 “미국경제의 순항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며 “경제의 근본법칙(경제원론)은 변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두 사람의 견해차는 달러화의 가치 문제와도 연결된다.

FRB의 성명대로 긴축정책을 택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외국의 대미(對美)투자가 억제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대신 작년 2천3백억달러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부담은 상당히 호전된다.

그러나 루빈재무장관은 19일 “미국은 활발한 성장세에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강한) 달러의 동향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렌스 서머스 차기 재무장관 지명자도 16일 “강한 달러가 국익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결국 루빈과 FRB의 견해차는 ‘경상수지적자를 감수하면 고성장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재무부와 ‘인플레위험이 크므로 과열된 경기를 식히고 경상적자도 완화하자’는 FRB의 주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19일 미국의 금리인상은 금융위기를 벗어난 신흥시장에 타격을 주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신흥시장에 득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금리인상은 미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인플레로 인한) 급격한 성장둔화나 경기후퇴 등이 신흥시장에 가져올 충격보다 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의 이같은 견해는 연착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F

RB 쪽으로 기운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은 이어 금융시장에서는 올여름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의 금리인상 폭이 0.7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전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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