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참정권]日여당 『시기상조』 野는 『환영』

  • 입력 1999년 5월 9일 20시 02분


한국과 일본간에 남겨진 가장 큰 현안은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문제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에 참여, 투표할 권리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작년 10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일본방문 당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와의 회담과 국회연설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현안으로 부각됐다.

김대통령은 “세금을 내며 일본에 공헌해온 재일한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해 더욱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월 오부치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 문제를 제기했다.

오부치총리는 방한 후 적극 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외국영주자에 대한 참정권부여가 상호주의에 따라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대통령은 3월 법무부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주는 문제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지난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일본자유당당수를 만나 이런 경위를 알리면서 참정권문제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야당인 민주당과 공명당은 지난해 10월 일본영주자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인정하는 법안을, 12월에는 공산당이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보장하는 법안을 각각 제출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간사장,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전총재 등 비주류는 호의적이나 자민당의 핵심세력은 논의조차 꺼린다. 투표권을 주면 재일교포의 표가 야당으로 갈 공산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재일 영주외국인 62만여명 중 90%를 웃도는 56만여명이 한국계. 따라서 외국인 참정권 문제는 재일동포문제로 직결된다.

민단과 조총련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민단은 지방참정권 확보가 ‘숙원사업’이다. 민단중앙본부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청원활동에 들어갈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조총련은 “참정권을 갖게 되면 일본사회에 동화돼 민족성을 잃고 만다”며 반대한다.

엇갈리는 두 단체의 반응은 자민당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구실의 하나가 되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 문제가 ‘과거사’가운데 하나로 다뤄지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민단을 지원하고 있다. 또 경제대국 일본, 국제화된 일본이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라는 점을 정관계 유력자를 상대로 설득하고 있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9월 자민당총재 선거가 있는데다 경제불황이 계속되면 국내거주 외국인 문제까지 눈을 돌릴 틈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는 분위기조성을 한 뒤 내년에 본격 논의가 있을 것 같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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