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포로석방 속셈은?]유고,공습중단-협상 여론에 호소

  • 입력 1999년 5월 3일 07시 38분


2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은 왜 미군 포로 3명을 ‘조건 없이’ 석방했을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포로가 석방돼도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1일부터 거듭 밝혔다. 따라서 밀로셰비치가 NATO의 즉각적인 공습 중단을 기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뉴욕타임스지에 따르면 1일 밀로셰비치의 전격적인 포로 석방 방침 발표에 유고의 일부 고위관리들도 놀라면서 포로석방은 ‘정치적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고 말했다.

유고 외무부 관계자는 “제시 잭슨 목사가 밀로셰비치대통령을 만나고 간 후 대통령궁에서 포로 석방을 위한 최종 회의가 열렸다”고 밝혔다. 밀로셰비치는 1일 잭슨 목사와 3시간 반 가량 대화하면서도 포로 석방에 대한 분명한 언질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밀로셰비치는 핵심측근들만 참석한 별도의 회의에서 고심 끝에 포로 석방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밀로셰비치는 서방언론이 자신을 ‘인종청소의 주범’ ‘악마’ 등으로 묘사하는 데 대한 부담감을 크게 느꼈던 것 같다. 밀로셰비치는 NATO군의 공습, 그리고 자신을 ‘사탄’으로 묘사하는 서방언론과 2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잭슨에게 호소했다.

뉴욕타임스는 포로석방을 통해 밀로셰비치가 NATO회원국의 국민여론에 직접 호소하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포로석방 대응을 둘러싼 NATO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고 미국의회의 대(對)유고 강경무드를 완화시키려 했을 수도 있다.

밀로셰비치는 유엔평화유지군의 코소보 주둔을 조건부로 수용한 데 이어 미군포로를 석방했다. 밀로셰비치는 이런 일련의 화해 제스처를 통해 NATO 공습을 차츰 중단시키고 사태를 협상국면으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2개월 이상의 공습으로 유고의 군사력은 초토화되고 경제도 빈사상태에 빠졌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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