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정상회담 표정]오부치 『팔만대장경 놀랍다』

  • 입력 1999년 3월 21일 19시 34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는 2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21일에는 일본총리로는 처음으로 경남 합천 해인사를 방문한 뒤 2박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20일 오전9시 청와대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시간보다 15분이 긴 60분 동안 진행됐다.

오부치총리는 방명록 서명에 이어 김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한 뒤 곧바로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회담이 끝난 뒤 임동원(林東源)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정상회담에 많이 배석해봤지만 오늘처럼 진지한 모습은 보기 드물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오부치총리는 회담 도중 김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경애(敬愛)의 정’이라는 표현을 썼고 김대통령은 “양국민이 서로 상대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며 만족해 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통령 주최 공식만찬에서도 정상회담에 이어 양국간의 우의를 다지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대통령과 오부치총리는 만찬사와 답사에서 서로 지도력과 결단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상대에 대한 두터운 신뢰와 정을 표시했다.

김대통령은 “나는 ‘경제적 고난을 극복하고 강인한 품격의 아름다운 일본’을만들려는각하의의지가 일본 경제를 재도약의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오부치총리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오부치총리는 “국가가 나아갈 길을 직시하고 대담하고 과감하게 정책을 단행하는 김대통령의 모습에서 ‘귀수불심(鬼手佛心)’, 즉 결단력이 있되 유연한 자세를 보는 심정”이라며 화답했다.

○…21일 오전 김대통령의 전용기인 공군1호기 편으로 해인사에 도착한 오부치총리 내외는 해인사 일주문 앞에서 보광(普光)주지스님, 김혁규(金爀珪)경남지사 등의 영접을 받은 뒤 대적광전을 참배했다.오부치총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판 한 장을 직접 만져보고 “고려시대의 목판 인쇄술이 놀랍다”고 평가했다고 해인사 관계자가 전했다.

방명록에 ‘정청인화(政淸人和·맑은 정치가 사람을 화합하게 한다)’라고 쓴 오부치총리는 절의 원로인 송월(淞月)스님이 서산대사의 오언절구 ‘오도송(悟道頌)’을 쓰자 ‘구명불견암(求明不見暗)’이라는 휘호로 화답했다.

오부치 총리는 경내 식당인 정수당에서 스님 등 30여명과 흰밥에 냉이국, 김치와 산나물 등 20여가지 전통음식으로 점심을 들었다.

〈합천〓강정훈·윤영찬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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