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총리 프리마코프, 「포스트 옐친」 급부상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04분


10일 취임 6개월을 맞는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총리(69)가 ‘포스트 옐친’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리마코프는 지난해 9월 10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는 국가두마(하원)가 세력다툼을 일시 중단하면서 기용한 총리여서 단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그는 4일 강력한 정적(政敵)이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독립국가연합(CIS) 사무총장을 물러나게 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전문관료 출신의 과도기 관리내각 총리’ 이상의 세력을 쌓고 있음을 과시했다.

옐친대통령은 “베레조프스키가 CIS 사무총장으로서 월권행위를 했다”고 경질이유를 밝혔으나 베레조프스키가 프리마코프와의 권력투쟁에서 패해 밀려났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프리마코프는 지난달 10일에는 국가두마의 각 정당 당수들과 정치안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한 헌법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다름아닌 옐친대통령의 권한축소를 노린 것. 옐친은 이를 의식한 듯 곧바로 “2000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프리마코프총리를 해임하지 않겠다”고 밝혀 프리마코프와 공동운명체임을 분명히 했다. 분석가들은 옐친이 프리마코프라는 방패막이 사라지면 레임덕현상이 훨씬 심해질 것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프리마코프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프리마코프의 힘이 강해지면서 본인이 대선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15%의 지지율로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를 바짝 뒤쫓고 있다.

다만 프리마코프가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지원조건을 놓고 지루하게 줄다리기를 계속하는 등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막상 대선 도전을 결심할 경우 최대의 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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