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국왕 장례식]세계정상 조문행렬…회담장 방불

  • 입력 1999년 2월 9일 08시 15분


후세인 이븐 탈랄 요르단국왕(63)의 장례식이 8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국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장례식에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김종필총리 등 세계 40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해 세계 정상회담장을 방불케 했다.

장례식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후세인 왕이 타계한지 정확히 24시간만인 이날 오전 11시43분(한국시간오후6시43분)시작됐으며 유해는 국민의 애도속에 암만시가지를 지나 부친과 조부가 묻혀 있는 하셰미테묘지에 안장됐다.

7일 즉위한 압둘라 이븐 후세인국왕(37)은 의회에서 “부친의 유지를 계승하겠다”고 천명하는 한편 고 후세인국왕과 네번째 부인인 누르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이복동생인 함자왕자(18)를 왕위계승권자로 책봉했다.

한편 미정부 관리들은 인터뷰와 정례브리핑을 통해 “요르단의 새 지도자는 신뢰할만한 친구이며 대외정책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압둘라 국왕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조지 부시, 지미 카터, 제럴드 포드 등 3명의 전직 대통령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 편으로 함께 암만에 도착해 요르단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원의사를 피력.

○…이날 장례식장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조문객은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참석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 의료진의 여행금지 지시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에 참석해 세계를 놀라게 한 그는 정작 장례식장인 라가단궁에서는 10분 가량 머무르다 조문도 하지 못한채 보좌진에 의지해 라가단궁을 떠나 요르단 도착 2시간반만에 다시 모스크바로 향발.

○…중동지역에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 에스마트 압델 메기드 아랍연맹사무총장 등 아랍권 지도자는 물론 에제르 와이즈만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조문단도 대규모로 참석. 요르단 관리들은 적대적인 아랍권과 이스라엘측이 공식석상에서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일정과 좌석을 조정하느라 진땀.

○…이날 정오 왕자들에 의해 운구병들에게 인계된 후세인국왕의 유해는 1시간가량 암만시내를 달려 14㎞ 떨어진 라가단궁에 도착. 이어 유해는 왕좌가 놓인 알현실내 탁자 위에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향해 안치됐으며 왕실 가족과 각국 장례사절은 이곳에서 조문.

장례절차가 끝난 뒤 후세인왕의 관은 무개차에 실려 군악대의 조가 연주와 함께 하셰미테묘지까지 20㎞를 행진한 뒤 안장.

○…적색 연두색 검은색으로 된 요르단국기와 백합꽃으로 싸인 후세인국왕의 유해가 알 후세인 군병원에서 장례식장인 라가단궁으로 운구되는 동안 연도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나와 검은색 깃발을 흔들고 ‘알라신’을 부르짖으며 오열했으며 일부 시민들은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운구행렬을 뒤따라 뛰면서 국왕을 잃은 슬픔을 표현.

○…91년 쿠웨이트 침공 이후 해외여행을 삼가고 있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타하 모히에딘 마루프 부통령을 장례사절로 파견했으며 이에 따라 마루프부통령은 ‘사막의 여우’ 작전이 끝난 뒤 두달도 채 안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블레어 영국총리 등 두 교전상대국 정상과 조우하기도.

〈워싱턴·암만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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