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빌리지]권순활/日 지방도시의 「경영 마인드」

  • 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16분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와(琵琶)호를 끼고 있는 인구 5만9천명의 시가(滋賀)현 나가하마(長濱)시에는 4백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상가가 있다.

한때는 괜찮은 상가였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차별 공세에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해 10여년전에는 파리를 날릴 지경이 됐다.

그러나 88년4월 시민과 시당국이 공동 출자해 ‘구로카베(黑壁)’라는 유리제품 전시판매점을 설립하면서 얘기는 달라졌다.

‘구로카베 신화의 창업공신’으로 불리는 이 회사 사사하라 모리아키(笹原司朗)전무 등 초기 멤버들은 먼저 “중소도시가 돈의 힘으로 대기업과 정면으로 싸운다면 백전백패할 것”이라며 차별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 도시의 특성을 철저히 연구한 뒤 △4백년 상가의 역사성 △독특한 축제로 대표되는 문화예술성 △세계를 아우르는 국제성을 새 ‘상품’의 특성으로 삼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구상이 일본 최고의 유리제품 전시판매 전문점이었다.

일본의 전통문화를 국제성에 연결한 아이디어는 큰 성공을 가져왔다. 경영전략도 남달라 출자금 1억3천만엔(약 13억원)중 4천만엔을 출자한 시는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민간에 모든 것을 맡겼다. 회사 운영은 대부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해나갔다.

10년전 무(無)에서 출발한 구로카베의 매출액은 지난해 10억엔을 넘었고 88년 연간 5만명도 안되던 관광객은 지난해 1백60만명을 넘을 만큼 폭발적으로 늘었다. ‘나가하마의 성공’을 배우기 위해 연평균 4백50여개 시찰단이 방문한다.

고향을 살리려는 몇 사람의 정성과 아이디어가 일본에서 ‘도시 재개발’에 성공한 최고의 지방도시를 만든 원천이었다.“우리가 도쿄(東京)를 닮으려고 했으면 망했을 것”이라는 사사하라전무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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