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회담/美-中-日의 입장]

  • 입력 1998년 11월 15일 19시 53분


▼미국▼

미국은 이번 APEC회의를 일본을 압박하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3개 조기 개방분야 중 일본이 농산물과 임수산물에 한해 조기개방을 거부하는 것은 APEC의 존재의미를 무력화시키는 발상이라는 게 기본적인 미국의 시각.

미국은 올해 2천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적자를 내세워가며 자국의 경기부양은 소홀히 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수출을 통해 외국, 특히 미국에 전가하려는 일본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일본 자국에서 소비하는 공산품의 40%만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은 외국 공산품이 75%를 차지하는 영국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보고 수입개방과 규제완화를 촉구할 계획.

한편 미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일본의 기여가 확대되길 희망하지만 이것이 아시아 경제의 블록화를 초래하는 것은 결사반대다. 이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아시아판 기구로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중국▼

APEC에 대한 중국의 시각은 자국이 개도국이라는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역내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경제 및 기술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시한다. 중국은 또 선진국들이 아시아금융위기 해소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해소돼야만 무역 및 투자자유화도 가능하다는 논리로 ‘이 문제가 이번 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제시한 아시아통화기금(AMF)창설에 대해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작년 처음 논의가 나왔을 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기본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금융문제에 대한 선진국의 성의를 촉구한다’는 생각이다.

중국은 그러나 APEC가 구속력과 집행력을 갖춘 기구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지 못했고 무역자유화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heb8610@donga.com

▼일본▼

일본은 이번 APEC회의를 통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강화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국제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경제질서가 한계에 이르면서 ‘일본 주도의 아시아경제질서’에 대한 공감대가 커져가는데 고무돼 있다.

일본은 명실상부한 ‘아시아경제의 맹주’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아시아지역 회원국에 선심공세를 펼치고 있다. 아시아권에 3백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미야자와 구상’에 이어 APEC회원국의 임업 및 수산업 지원을 위해 향후 5년간 2백50억달러의 무상 및 기술원조를 하려는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

일본이 임산물 및 수산물 관세를 철폐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거부하면서 이번 회의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지지를 끌어낸 것은 ‘아시아와 제휴해 미국에 대항한다’는 기본전략을 잘 보여준다.

일본은 또 역내 아시아국과 개별 또는 집단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 아메리카주나 유럽의 경제블록에 대응할 방침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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