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위기 고통분담, 美-유럽 『네가 먼저』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9시 19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분담을 누가 더해야 하는지를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양측의 주장은 아시아의 제품을 어느 지역이 더 사주어야 하는지가 논쟁의 초점.

19일 유럽순방에 나선 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첫 방문지인 브뤼셀에서 “아시아 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전반적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EU가 고통분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면서 현재 EU가 유지하고 있는 다양한 수입장벽의 철폐를 요구했다.

바셰프스키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올해에 2천4백억달러, 내년에는 3천억달러에 달할 전망인 반면 EU의 무역수지는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러시아 철강제품의 경우 EU의 수입량은 미국 수입량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일본산 철강제품의 경우는 더욱 심해 미국 수입량의 1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언 브리턴 EU 무역담당집행위원은 “EU는 부담해야 할 양보다 많은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고 즉각 반격했다.

브리턴위원은 “EU의 올 상반기 철강제품 수입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56%나 급증했다”면서 이는 미국의 철강수입 증가율 1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EU가 고통분담을 외면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브리턴위원은 이어 “미국이 EU에 무역장벽 제거를 요구할 만큼 자체적으로도 무역장벽 제거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경제난에 빠진 국가들에 제공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대한 EU의 참여도는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높은 상태”라고 미국을 맹공격했다.

바셰프스키대표는 이날 브뤼셀 방문을 시작으로 본과 파리, 런던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인데 이같은 설전은 방문지마다 이어질 전망이다.

〈브뤼셀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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