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블레어총리 「제3의 길」,지구촌 새바람 일으킬까?

  • 입력 1998년 9월 23일 19시 38분


‘이상(理想)은 중요하나 특정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것은 파멸을 재촉하는 길이다. 유럽의 번영을 위해서는 좌파나 우파로 대별되는 전통적인 이데올로기 망령에서 벗어나 제삼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주창한 ‘제삼의 길’이 총체적 경제위기와 이념적 혼돈을 겪고있는 요즘 세계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인가.

금융자본이 이윤을 좇아 ‘빛의 속도’로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시대를 맞아 경제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등 기존의 경제구도에 대한 허점이 커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가 주창한 ‘제삼의 길’이 새삼스레 주목을 끌고 있다.

노동당 출신 블레어 총리가 제삼의 길을 처음 주창한 것은 금년 3월24일 프랑스에서 였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영국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하원에서 연설하면서 유창한 불어로 “21세기의 새 시대에는 자유방임주의와 국가통제의 경제정책을 아우르고 좌파나 우파의 카테고리를 뛰어넘는 제삼의 실용주의 노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그는 제삼의 길을 국내정책에 먼저 적용했다. 총리재임 1년 5개월여 동안 중앙은행에 대한 이자율 결정권 부여, 총기소지 금지, 정치자금법 수술,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지방 분권 및 사회복지 축소 등을 관철시켰다.

대외적으로는 영국의 유럽단일통화 가입을 공식 유예하면서도 금년 상반기동안 유럽의회 의장국 역할을 원만히 수행했다. 30여년간 유혈충돌을 빚어온 북아일랜드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것도 그의 실용적 노선때문이었다.

블레어 총리는 21일 금융위기와 관련해 채무국에 일방적 책임을 물어온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의 반성과 근본적인 개편을 촉구하면서 국제경제 분야에서 ‘제삼의 길’을 제안해 다시 한번 이목을 끌고있다.그의 주장은 IMF와 IBRD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통합해 새로운 기구를 창설하고 국가간 자본이동과 금리결정 과정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으로 현단계에서는 가장 혁신적인 내용이다.

세계 주요국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요즘 젊음과 패기, 그리고 도덕성을 갖춘 블레어총리의 이념이 21세기를 맞는 세계에 새로운 바람이 될지 관심이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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