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라토리엄]美·유럽등 「연쇄파국」 불안감

  • 입력 1998년 8월 18일 18시 56분


17일 러시아의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선언은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지뢰밭’이 한둘이 아님을 잘 보여줬다.

지구촌 단일시장의 급격한 진전에 따라 이제 엔화가치 급락 등 한 지역에서 발생한 ‘변수’는 즉각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자본주의 전성시대에는 이같은 경제변수간의 시차없는 상호작용이 더 강하고 빠르게 일어난다. ‘경제현상의 한지붕 시대’인 셈이다.

▼수미(首尾)상관의 국제경제〓이달 들어 일본 엔화가치의 급락세로 촉발된 국제경제의 연쇄 불안은 아시아 각국 통화가치와 주가는 물론 유럽과 미국 주가의 동반하락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세계금융시장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러시아로 번졌다. 세계경제를 떠받쳐온 미국과 유럽경제도 아시아 및 러시아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중남미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엔화약세가 이어지면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지구촌 경제’는 하나의 부정적인 변수가 다른 쪽에 영향을 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아시아경제위기는 세계경제의 ‘주변부’인 동남아가 진원지였던 반면 올해의 위기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중심부’에서 비롯됐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도 그만큼 심각하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첩첩산중의 ‘변수’〓국제금융시장 위기의 도화선인 일본경제는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기관 부실채권에 따른 금융불안과 소비위축에 따른 내수경기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엔화가치와 주가의 동반 폭락으로 금융시장 전체가 동요하는 양상이다. 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관련법안의 국회심의까지 늦어져 국내외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17일 러시아의 전격 조치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친 직접적인 타격은 예상보다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흥공업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 평가절하경쟁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 경기악화와 금융시장의 동요도 가실 기미가 없다.

그동안 소비증가에 따른 내수경기 및 금융시장의 활황으로 세계경제 확대를 이끌어온 미국과 유럽도 악영향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업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경기가 호조를 보인 것은 개인소비붐이었다. 그러나 아시아와 러시아에서 불어오는 역풍이 계속될 경우 소비감소와 주가하락을 피할 수 없다.

사상 처음으로 10,000선 달성도 가능하다고 믿어졌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최근 두차례 ‘검은 화요일(블랙 튜즈데이)’의 폭락에 따라 7월의 최고치에 비해 이미 1,000포인트 가량 급락했다.

▼전망〓세계증시의 동반약세는 결코 금융문제로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 메릴린치증권에 따르면 세계주가가 평균 20% 떨어지면 소비수요감소를 통해 세계경제성장률은 평균 1%가 낮아진다. 지난해 아시아경제위기에 필적하는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세계경제의 기관차’역할을 요구받는 일본경제가 비틀거리는 상황에서 만약 미국증시의 붕괴나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이는 바로 세계경제의 재앙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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