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政局 캄보디아]총선 앞두고 폭력 난무

  • 입력 1998년 7월 20일 19시 43분


‘킬링 필드’에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실험이 성공할 것인가.

캄보디아 정국이 26일 사상 처음 독자적으로 치르는 총선을 앞두고 살얼음판을 딛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흑색선전과 선거폭력의 난무로 공정선거가 의문시되는 가운데 이번 선거가 또다른 내전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년간의 내전을 끝내고 93년 유엔 감시하에 치러졌던 첫 총선의 결말은 참담했다. 총선에서 제2당이 된 실력자 삼타 훈센이 노로돔 라나리드가 이끄는 제1당인 ‘민족연합전선(푼식펙)’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자체 무력을 증강시키던 중 지난해 7월 라나리드 제1총리가 외유에 오른 틈을 타 사실상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총선이 캄보디아 유혈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지 여부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백22석을 비례대표제로 뽑는 이번 총선의 등록정당은 39개. 선거구도는 훈센 제2총리의 ‘캄보디아인민당’과 망명 9개월만에 돌아온 라나리드의 푼신펙당이 재격돌을 벌이고 삼 레인시 전재정경제장관이 창당한 ‘삼 레인시당’이 국민의 마음을 급속히 파고드는 ‘3파전’ 양상.

라나리드는 경제회생의 치적과 아버지 노로돔 시아누크국왕의 인기를 표로 연결시키려 노력하면서 “훈센을 지지하면 캄보디아는 베트남의 영토가 될 것”이라고 말해 국민의 뿌리깊은 반베트남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베트남의 지원으로 85년부터 지금까지 총리직을 맡고 있는 훈센은 조직 자금력 관제언론 등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

총선의 최대관심은 라나리드의 정치적 재기여부다.라나리드가 이끄는 당이 승리할 경우 훈센의 거취에 따라 캄보디아는 평화 또는 혼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수도 프놈펜의 일부 시민들은 지난 주말부터 선거후유증을 우려,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에 유학한 법률가출신의 삼 레인시는 정치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등을 내세우며 지식인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으며 라나리드와 제휴, 반훈센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현재까지는 집권 인민당이 다소 우세한 양상이지만 어느 정당도 단독정부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3분의 2 의석 획득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번 총선의 최대 과제는 선거의 공정성. 크메르루주의 조직적인 선거방해가 이뤄졌던 93년보다는 덜하지만 선거폭력은 심각하다.

유엔인권센터 캄보디아사무소는 20일 “13건의 살해사건을 포함해 폭력사태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이후 1백여명의 야당인사가 정치폭력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훈센은 선거에서 질 경우 ‘깨끗한 승복’을 다짐했지만 10만의 정규군과 5만의 경찰을 가진 그가 과연 순순히 정권을 내줄지가 관심이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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