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민주화 『암울』…비운의 정치인 아비올라 사망

  • 입력 1998년 7월 8일 19시 52분


아프리카 최대국 나이지리아의 ‘민주화의 희망’인 모슈드 아비올라(61·사진)가 7일 석방을 며칠 앞두고 돌연 사망해 나이지리아의 민주화 운동에 제동이 걸렸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날 “아비올라가 오후 4시경 토머스 피커링 미 국무차관이 이끄는 방문단 및 나이지리아 관리와 면담 도중 갑자기 발병한 심장박동정지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피커링차관은 “그가 면담 도중 고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아비올라가 살해됐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아비올라는 93년 대통령선거에서 사실상 승리했으나 군사정권에 의해 선거가 무효화된 뒤 94년 투옥돼 계속 복역하다 압둘살람 아부카바르 잠정 통치평의회의장(국가원수)의 정치범 석방계획에 따라 곧 풀려날 예정이었다. 이날 아비올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정치적 기반인 남부지역 최대도시 라고스에서는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도로를 점거한 뒤 정부의 명확한 사인규명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서방의 외교관들은 “아비올라의 죽음으로 나이지리아의 민주화가 10년은 후퇴할 수 있으며 아비올라와 군사정부를 지지하는 남북지역간에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비올라의 딸 하프사트는 기자회견을 통해 “아버지가 의료진의 치료 소홀이나 정부의 독살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인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비올라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조의를 표명하면서 민주화 과정이 평화적이고 건설적으로 계속되기를 나이지리아 정부와 국민에게 촉구했으며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모든 나이지리아인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민정이양을 위해 단결해줄 것을 호소했다.

〈아부자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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