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那日本府는 일종의 교역창구』…韓日 역사교과서심포지엄

  • 입력 1998년 6월 19일 20시 11분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종래 일본측의 주장대로 일본의 가야 지배를 의미하는 것인가.

한국과 일본 역사학계의 뜨거운 쟁점의 하나인 임나일본부설. 이것을 전문학자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또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이해 관계에 집착해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하지는 않았는가.

19일 서울시립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일 역사교과서 심포지엄 ‘역사연구의 동향과 역사교과서의 서술’은 한일 관계사에 관한 연구와 교육 실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개선 방향을 모색한 자리였다. 한일역사교과서연구회 주최, 서울시립대 후원.

이번 심포지엄은 한일관계사를 침략과 저항이라는 단순 논리로 이해했던 편향된 시각을 극복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일본 역사교과서 내용만 문제 삼고 우리의 역사 연구 및 교육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소홀히했던 그동안의 관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김태식 홍익대교수는 주제발표 논문 ‘국내 학계의 고대 한일관계사 연구 동향―임나 문제를 중심으로’를 통해 “문제의 임나일본부는 일본의 한국 지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교역창구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면서 “6세기 중반 가야의 멸망과 관련된 동태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야마자키 마사토시 국학원대학 연구원은 ‘고대 한일사에 관한 일본의 연구 동향’에서 “최근 일본에서도 임나일본부를 일본의 가야 지배로 보는 견해가 수정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가야의 독자적 역사와 문화, 정치적 주체성을 중시하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우태 서울시립대교수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한일관계사 서술’을 통해 지나치게 한국의 우월성을 강조해온 우리 학계의 편향된 시각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일본에 문화를 전파한 것을 시혜적인 차원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당시의 지정학적인 여건과 정치적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

‘한국 역사교과서의 근세 한일관계사 서술’이란 논문을 발표한 현명철 성수공고 교사는 ‘일본〓왜구〓해적, 조선〓문화 선진국’의 도식적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일 관계의 변화상을 포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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