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감산』약속 지켜질까…산유국,합의깨기 일쑤

  • 입력 1998년 6월 14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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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유가를 올려보려는 산유국들의 감산노력이 집요하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질 것”이라는 산유국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주요 석유소비국들은 “감산합의가 어제 오늘의 얘기냐”며 코웃음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량을 줄이면 가격은 올라간다’는 경제원리가 적용돼 감산조치가 국제원유가 회복의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24일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를 앞두고 이란과 카타르는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7월1일부터 하루 산유량을 10만배럴과 2만배럴씩 줄이겠다고 10일 발표했다.

이같은 감산방침은 알리 알 누아이미 사우디아라비아석유장관이 이들 국가의 에너지장관과 회담한 직후 발표됐다.

누아이미장관은 이에 앞서 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베네수엘라 및 멕시코 석유장관과 만나 세 나라가 7월1일부터 하루 45만배럴을 감산키로 합의한 바 있다.

올 5월 OPEC회원국이 거래한 원유가는 배럴당 평균 13.65달러로 지난해의 평균유가 18.68달러에 비해 5.03달러(27%)나 떨어졌다.

석유부국 사우디조차 “‘외환위기 없는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할지 모른다”며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등 산유국들은 다급한 처지다.

이 때문에 최근 산유국들은 쉽게 감산에 합의하고 있지만 문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이 합의가 제대로 지켜진 일이 드물다는데 있다.

15개 산유국은 올 3월에도 하루 1백50만배럴의 감산에 합의했으나 실제 감산규모는 하루 50만배럴선에 불과했다. 앞에서는 감산을 약속해놓고 저마다 급한 각국의 사정 때문에 뒤로 돌아서서는 이를 깨버리기 일쑤였다.

만일 산유국들이 7월부터의 감산합의를 약속대로 지킬 경우 원유시장은 요동치고 세계경제는 금융위기에 이은 또다른 복병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김기만기자〉key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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