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의 땅」 東티모르에 봄이 오나?

  • 입력 1998년 6월 10일 19시 44분


‘인권의 사각지대’ 동티모르에 햇빛이 드나.

바차루딘 주수프 하비비 인도네시아대통령은 15명의 동티모르인을 포함한 16명의 정치범을 석방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발동했다.

물라디 인도네시아 법무장관은 10일 “8일자로 된 이 대통령령은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정치범 한 명을 포함해 8명을 사면토록 했으며 나머지 8명에 대해서는 공소를 모두 취하토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영국 BBC방송은 9일 “하비비대통령은 분리독립운동을 펴온 동티모르에 특별지위를 부여하고 수감중인 독립운동가들을 석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새 정부는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하나의 티모르’ 정책을 포기하고 △자치허용 △가톨릭교 인정 △문화의 고유성 인정을 포함한 유화정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도 자카르타, 북수마트라의 이슬람집단거주지인 아체주(州), 중부 자바의 족자카르타 등 세 지역이 ‘상징적’ 수준의 특별지위를 누리고 있으나 자치와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그러나 동티모르 독립운동단체는 이날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특별지위가 아니라 분리독립”이라며 무장독립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해 귀추가 주목된다.

자바섬 동쪽, 셀레베스섬 남쪽에 위치한 티모르의 비극은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이 분할 지배한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부 티모르는 2차대전후 인도네시아의 독립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자동 편입됐으나 동티모르는 74년에야 독립했다.

이듬해 이곳에 좌익정부가 들어서자 반공을 국시로 내세운 인도네시아정부는 76년12월 무력으로 동티모르를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65만명의 주민 가운데 20만명이 학살되는 참극이 발생했으나 소련의 팽창주의에 부심하던 미국의 세계전략과 맞아떨어져 그냥 지나가고 말았다.

동티모르 독립문제는 인도네시아 정부군이 독립운동가 장례식에 참석한 주민에게 발포, 수백명이 사망한 91년 유혈사태를 계기로 다시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96년 독립운동에 헌신해온 호세 라모스 오르타, 카를로스 펠리페 시메네스 벨로 등 두 주교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동티모르 인권과 독립문제는 수하르토정권의 부담이 되어 왔다.

〈김승련기자·자카르타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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