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애플社,인텔社에 「선전포고」…파워PC시리즈로 대반격

입력 1998-05-11 19:46수정 2009-09-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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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애플컴퓨터가 세계 컴퓨터시장의 실지(失地)회복을 선언하며 대반격을 시작했다.

주타깃은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로 PC시장의 맹주인 인텔사. 여기에 대항하는 애플컴퓨터의 신병기는 ‘G3’라는 이름의 새로운 파워PC시리즈.

성능은 2배 이상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인텔의 펜티엄Ⅱ PC보다 파격적으로 책정, 컴퓨터시장을 흔들어 놓겠다는 각오다.

애플컴퓨터의 선전포고는 TV광고가 불을 댕겼다. 너무나 도발적인 내용으로 세계 컴퓨터업계가 깜짝 놀랐을 정도.

느린 음악에 맞춰 인텔의 최신형펜티엄Ⅱ중앙처리장치(CPU)를 등에 얹고서 천천히 기어가는 달팽이. 뜨겁게 달궈진 펜티엄 칩이 발등에 떨어지는 바람에 방진복에 불이 붙어 온통 시커멓게 그을린 반도체 엔지니어. 그러자 소방수(애플을 상징)가 등장해 포말을 쏘아 진화작업이 끝나고 애플의 파워 매킨토시 G3가 등장한다.

이때 흘러나오는 대사.

“실제로 연구실에서 펜티엄Ⅱ로 G3와 똑같은 작업속도를 내려다 그만 태워버리고 말았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펜티엄Ⅱ가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고들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파워 매킨토시 G3엔 펜티엄Ⅱ보다 2배이상 빠른 프로세서가 들어 있습니다.”

이 광고는 애플컴퓨터에 들어가는 장치 ‘파워PC750’이 인텔의 펜티엄Ⅱ보다 처리속도는 2배 빠르면서 소모전력은 2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컴퓨터업계는 이 광고를 계기로 ‘애플의 대역전극’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동안 IBM과 인텔 등의 공세로 벼랑끝까지 몰렸던 애플이 올들어 경영을 정상화하고 PC시장의 정상자리를 되찾기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분석.

애플의 과거는 화려하다.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란 두 젊은이가 허름한 차고에서 세계 최초의 PC를 제품화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애플은 80년대 중반까지 PC산업의 리더였다.

컴퓨터하면 엄청나게 거대한 기계를 연상하던 시대에 애플은 인류 사상 처음 컴퓨터를 개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83년에 발표된 매킨토시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20개월만에 50만대가 팔렸고 그 중 17만대가 미국의 학교에 널리 퍼지면서 애플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애플은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93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한때 몰락의 위기까지 몰렸다.

그동안 수많은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모두가 물거품. 애플을 지옥에서 건져올린 1등 공신은 컴퓨터 업계의 풍운아 스티브 잡스와 올들어 새로 개발한 파워 매킨토시 G3 시리즈.

애플은 지난해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스티브 잡스를 삼고초려 끝에 그룹의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다시 추대했다. 자유분방한 그의 성격 때문에 “조직원으로 부적합하다”며 85년 회사에서 몰아낸 지 12년만의 일이다.

스티브 잡스가 경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기울인 열정은 대단하다. 그는 10개월간 무보수로 일하면서 마케팅 조직을 정비하고 신상품을 개발해 애플의 경영상태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잡스가 사령탑을 맡기 전 2년동안 무려 20억달러의 누적적자를 봤던 애플은 지난해 4·4분기(10∼12월)에 흑자로 반전, 올 1·4분기(1∼3월)엔 흑자폭이 5천5백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애플이 올들어 큰 폭의 순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파워 매킨토시 G3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 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G3가 1·4분기 전체 판매실적 65만대 가운데 51%를 차지했다. 성능은 뛰어나면서 가격은 일반 PC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그동안 애플을 외면했던 고객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파워PC칩은 컴퓨터의 명령어를 단순화시켜 속도가 빠르면서도 크기와 제조원가는 인텔 칩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최근 선보인 2백33㎒와 2백66㎒ 두 제품은 펜티엄Ⅱ 3백33㎒, 3백㎒ 제품보다 처리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

또 ‘버추얼 PC’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윈도95 운영체계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윈도용 게임 아래아한글 MS워드 MS엑셀도 펜티엄 PC처럼 활용할 수 있다.

애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곧 ‘G3’시리즈 노트북PC를 2천달러 미만(약2백80만원)에 내놓아 저가시장 공략에 나선다. 2백33㎒ MMX펜티엄 노트북의 가격이 2천9백∼5천달러나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제품은 노트북시장에 돌풍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마케팅에서 ‘나홀로주의’를 고집해온 애플은 이제 경쟁기업과 연합하는 ‘협력의 미학’을 깨닫기 시작했다. 지난해말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컴퓨터에 1억5천만달러 상당의 지분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앞으로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플의 일격을 받은 인텔은 아직은 관망상태. 시장점유율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새로운 도전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세계 컴퓨터시장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것인지 그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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