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11國 「화폐공동체」거대한 실험…내년 화폐동맹출범

  • 입력 1998년 3월 26일 20시 33분


유럽을 단일경제권으로 묶으려는 유럽연합(EU)의 실험이 1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대규모로 출범하게 됐다. 99년 1월1일부터 이들은 자국화폐와 단일화폐 ‘유러’를 함께 사용하며 5년후에는 유러만 사용한다.

유럽화폐통맹(EMU)은 11개국 2억9천만명의 인구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9.4%, 세계 무역의 18.6%를 차지하는 거대한 공룡 경제권. 세계 경제의 또다른 강자인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크게 앞서거나 우열을 가리기 힘든 규모여서 유럽대륙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파장을 미칠 중대한 변수다.

EU는 그동안 통화동맹조약인 마스트리히트조약에 규정된 참여국 선정기준을 참고삼아 1차 EMU 참여국을 저울질해왔다. 이른바 ‘수렴조건’이다.

EU는 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들만 EMU에 참여, 유러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되는 반면 참여국이 소수일 경우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모순된 현실 속에서 장기간 고민을 해왔다.

독일은 통화가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수준이 떨어지는 나라들의 참여를 꺼렸고 프랑스는 유러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많은 나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논란끝에 결국 EU는 최근 비공식 재무장관회담에서 공공부채 등 일부 기준 충족에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해 ‘합격판정’을 내렸다.

각국의 부채비율이 뚜렷한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기준선에 접근할 경우 60% 초과를 인정하는 등의 조치로 그리스를 제외한 14개 회원국을 합격권으로 판정한 것이다.

유러가 앞으로 미 달러화를 견제하는 강력한 기축통화로 기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EMU옹호론자들은 진행이 순조로울 경우 유러가 각국 화폐를 완전히 대체하는 2002년에는 세계기축통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맞먹는 유럽의 경제규모를 근거로 한 판단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동향이 직접적으로 유럽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인데다 경제기반이 취약한 국가가 상당수 가맹국에 포함돼있어 유러의 가치가 독일 마르크화보다 오히려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않다.

또한 단일통화라는 것이 각국의 환율을 완벽하게 고정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일부 국가의 경우 통화의 가치가 경제여건과 괴리돼 고통이 누적되면 강력한 이탈 유혹을 받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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