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수하르토 연임 반대시위 격화…국제사회 냉담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번영은 없을 것이다.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며 이를 이겨내려면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11일 국민협의회에서 행한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취임사는 첫머리부터 무거웠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청사진 대신 앞으로 인도네시아가 겪어야 할 ‘험난한 긴 세월’에 대한 고통스러운 경고가 뒤를 이었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수하르토대통령은 7선 연임을 자축할 새도 없이 ‘외우내환’에 시달리고 있다.

10일 수도 자카르타와 자바 수마트라주등 곳곳에서 수많은 대학생과 시민들이 수하르토대통령 연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국제사회도 그의 취임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BD)은 그가 선출되던 10일 인도네시아에 대한 구조조정자금 지원 연기를 발표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8일 30억달러의 2차 구제금융지급을 연기, 찬물을 끼얹었다.

분석가들은 경제위기와 정치 사회 혼란속에 수하르토 장기독재 반대운동이 격화되고 있어 인도네시아는 조만간 엄청난 파장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갈등이 깊어지자 인도네시아는 IMF와의 마찰해소를 위해 11일 고위급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키로 했다.

IMF도 10일 “인도네시아의 경제개혁과 관련, 신축성을 보일 용의가 있다”고 밝혀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의 상황이 변했으므로 경제개혁에 있어 한국 및 태국에서와 같은 신축성을 보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셔부총재는 “IMF와 인도네시아의 갈등은 대부분 통화위원회제도의 설치 움직임에서 비롯했다”고 밝혀 일종의 고정환율제인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한 IMF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수하르토대통령의 경제자문관인 존스 행키 미국 존스홉킨스대교수는 10일 “인도네시아는 고정환율제를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하르토대통령이 IMF 요구조건에 고정환율제를 추가한 ‘IMF플러스제’를 실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클린턴행정부가 새로운 제안을 할 경우 변동의 여지는 있다”고 덧붙여 미국 및 IMF와의 협상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하르토가 대외협상에 실패할 경우 인도네시아가 폐쇄적이고 고립된 나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1일 하비비 전과학기술장관이 부통령에 선출됨에 따라 수하르토대통령은 새 내각구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7선 수하르토호’가 끌고갈 인도네시아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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