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취임사 명연설]케네디 『조국이 나에게…』名句남겨

  • 입력 1998년 2월 22일 21시 51분


미국대통령 취임식의 백미는 취임사다. 새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밝히기 때문에 미국민은 물론 세계가 주목한다. 취임사는 조지 워싱턴 초대대통령 때부터 있었으나 초기의 취임사는 워낙 짧아 특별한 의미를 담지 못했다. 워싱턴의 두번째 취임사(1793년)는 1백35단어에 불과, 가장 짧은 취임사로 기록되고 있다. 가장 길었던 취임사는 1841년 윌리엄 해리슨대통령의 취임사로 8천4백95단어. 낭독하는 데 1시간반이 걸렸다. 당시 68세였던 그는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추위 속에서 길고 긴 연설을 했으나 결국 폐렴에 걸려 취임 한달만에 목숨을 잃었다. 미국 대통령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취임사에서 세가지 주제를 강조한다. 첫째는 단결과 화합. 이념과 정당, 인종과 종교의 차이를 떠나 ‘하나의 미국’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 두번째는 신(神)의 가호와 축복이다. 어떤 취임사에서든 “신이 미국을 돕고 있으며 미국은 신의 뜻에 따라가야 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끝으로 민주주의의 수호. 비싼 대가와 희생을 치르고 얻은 민주주의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이를 포기해서는 안되고, 이를 더욱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시대적 상황과 미래의 좌표를 설득력있게 제시한 취임사는 역사에 길이길이 남는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취임사 중에 나오는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는 구절은 지금도 미국인이 가장 자주 인용하는 표현 중의 하나. 루스벨트는 대공황 속에서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던 미국인에게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은 없다. 두려워할 것이 있다면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고 말함으로써 용기와 희망을 갖게 했다.1961년 케네디의 취임사 중의 “조국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물으라”는 대목도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설파한 명연설로 남아있다. 1865년 남북전쟁의 와중에서 나온 에이브러햄 링컨대통령의 두번째 취임사도 명연설로 꼽힌다. “누구에게도 악의를 갖지 말고,모두에게 자비심을 품고, 그리고 신이 우리에게 보여주신대로 정의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우리 모두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노력합시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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