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왜 이라크 공격해야 하나』 국민설득 고전

  • 입력 1998년 2월 19일 19시 41분


미국의 CNN방송은 18일 미국 국가안보팀 핵심 3인의 ‘인터내셔널 타운홀 미팅’을 전세계에 생중계했다. ‘타운홀 미팅’은 최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시도한 것처럼 국민을 상대로 직접 질문을 받고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미디어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 미 행정부는 유엔의 무기사찰을 거부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해 군사공격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경고와 이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과시하기 위해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이 모임을 개최했다. CNN의 저명한 흑인 앵커 버나드쇼와 앵커우먼 주디 우드러프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샌디 버거 백악관안보보좌관은 6천명의 청중과 세계 각국에서 걸려온 질의전화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미국의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은 특히 이라크도 미국의 경고를 직접 시청할 수 있도록 CNN에 독점 중계권을 부여하면서까지 이 모임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미팅은 “우리는 인종차별적인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야유가 쏟아져 올브라이트장관의 모두발언이 중단되면서부터 예상치 못한 길로 접어들었다. 사회자들은 청중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 시종 야유와 이에 맞대응하는 박수소리로 토론장이 진동했고 학교 청원경찰이 일부 소란스러운 청중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왜 다른 나라들은 모두 반대하는데 이라크 폭격을 고집하는가” “이라크를 공격할 도덕적 정당성을 갖고 있는가” “민간인 사망을 막을 수 있는가”라는 반전(反戰)질문부터 “왜 후세인을 제거하는데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가” “이번에도 중간에서 하다 말 것인가”라는 비난에 이르기까지 현 외교노선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모든 의문들이 쏟아졌다. 올브라이트장관 등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세에 몰렸다. 가장 압권은 다음과 같은 문답. ―왜 인도네시아나 터키처럼 국민의 인권을 짓밟고 타부족을 살해하는 국가들은 묵인하면서 이라크에 대해서는 무력공격을 자행하려는가. “나는 사담 후세인을 변호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은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가. 왜 이라크만 문제인가. “대학교수출신으로서 나는 당신이 미국의 외교정책이 무엇인지 공부하길 제안한다. 모임이 끝난 뒤 15분 동안 당신에게 설명해줄 용의가 있다.” 수세에 몰리던 올브라이트장관은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여러분 모두가 편히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라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으나 토론장의 소란은 가시지 않았다. 코언장관은 서로 다른 의견이 격의없이 제기될 수 있는 게 이라크와 다른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자위했으나 미 언론들은 국민의 분열상이 노정됨으로써 군사공격의 명분이 퇴색했다고 토론회를 평가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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