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소련 권력자들 투병백태]흐루시초프는 끝없는 떠버리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인간의 진면목이 숨김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병상에서 구소련의 최고 권력자들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30년간 크렘린 중앙병원에 재직하며 주요 인사들을 치료했던 여의사 프라스코비야 모센초바(84)가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고 권력자들의 비밀을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이오시프 스탈린은 의사에게조차 얼굴을 숨겼고 니키타 흐루시초프는 쉴새없이 떠들어댔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말년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서도 와병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도록 했다. 50년대초 어느날 모센초바는 한 병실로 불려갔다. 짙은 커튼 뒤에 누워있던 환자가 왼쪽 다리를 내밀었다. 아무도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 환자를 유심히 살피던 모센초바는 발가락에 종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제거 수술을 시작했다. 숨막힐 것처럼 계속되는 침묵.“아프지 않아요”라고 물었으나 장막 속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수행원인 듯한 사람이 모센초바의 등을 찔렀다. 조용히 하라는 신호였다. 2년뒤 그가 죽었을 때에야 모센초바는 환자가 스탈린임을 알게 됐다. 흐루시초프가 심장질환으로 입원한 것은 60년대초. 당기관지 프라우다를 읽고 있던 그가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절대 안정이 필요한 시기였는데도 흐루시초프는 “권력에 빌붙는 쓰레기 같은 기사” “아첨과 거짓으로 가득찬 신문”이라고 주먹을 흔들어대며 혹평을 퍼부었다. 브레즈네프는 말년에 숨만 쉬는 시체와 같았다.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모든 결정은 아랫사람들이 하고 그는 떨리는 손으로 서명만 했다. 그는 이같은 사실을 비밀에 부치도록 지시했다. 유리 안드로포프는 신장염 등이 심해져 죽음이 임박했으면서도 날마다 차가운 물속에서 수영을 했다고 모센초바는 말했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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