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크리스마스의 눈처럼 내리고 있다」.
뉴욕의 증권가인 월 스트리트의 요즘 풍경이다. 사상 최대의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경제에 힘입어 올해 엄청나게 돈을 벌어들인 월 스트리트를 「연말 성과급 보너스」가 뒤덮고 있다.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도산 등 경제위기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한국의 여의도 증권가와는 차원이 다르다.
월 스트리트는 10월 「제2의 블랙 먼데이」 때의 대폭락를 겪고도 최근 추락전 주가를 회복, 이달 들어 8천대를 넘어 계속 치솟고 있는 등 돈을 흠뻑 머금은 구름마냥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붕떠 있다.
6일 뉴욕 타임스는 스카우트 전문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올해 월 스트리트 소재 은행과 증권 및 투신사 등의 최고경영자들은 지난해보다 20∼30% 늘어난 보너스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올해 1백만달러(11억여원)이상의 연말 보너스를 받는 사람이 1천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이들이 받는 보너스는 반절이상이 자사주식 등의 형태이고 나머지가 현금.
주식분석과 은행합병 및 고수익채권 관리 등에 높은 실적을 올린 스타경영자들이 받을 보너스는 지난해보다 무려 50% 늘어난 1백50만달러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금융회사인 도날드슨은 이미 『임원들에게 지난해보다 25%이상 늘어난 보너스를 크리스마스 직전에 지급할 것』임을 통보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인 조 L 로비는 무려 4천여만달러(4백40억여원)의 보너스를 받게 됐다.
골드만 삭스의 경우 일부 최고 경영자들은 최대 2천5백만달러(2백75억여원), 2백15명의 이사들은 각 1백50만달러, 나머지 1만명 이상의 직원들은 많게는 10만달러(1억1천여만원)씩을 받게 된다는 것.
메릴린치와 모건 스탠리 등 대부분의 금융사들도 비슷한 규모의 보너스 풍년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월 스트리트에도 배를 곯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죽을 쑨 금융회사의 직원들. 이들은 보너스는커녕 일자리조차 유지할지가 걱정이다. 홍콩투자회사인 페레그린의 경우 연말 보너스는 고사하고 최근 2백75명의 직원을 무자비하게 감원했다. 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느 때보다도 추운 명절이 되고 있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