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베를린의 자랑「인포박스」…『21세기 獨청사진 제시』

  • 입력 1997년 11월 23일 19시 53분


독일통일후 7년.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무너진 뒤 통일독일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수많은 주장과 제안을 쏟아내던 독일 언론도 이제는 잠잠하다. 동독지역 재건을 위해 쏟아부은 5백조원을 마련하느라 얄팍해진 월급봉투도 독일 국민에겐 일상이 돼버렸다. 독일인들이 통일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만 8년이 되던 이날 베를린시내 어디에서도 변변한 기념행사 하나 볼 수 없었다. 그래도 통일이 피부로 느껴지는 곳은 역시 베를린이다. 깨끗하게 정비된 서베를린 거리를 벗어나 동쪽으로 가다보면 낙서투성이의 우중충한 건물을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동서베를린을 비교하면서 뉴욕의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묘한 부조화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렇듯 「어두운」 거리 동베를린에는 요즘 중장비의 굉음이 귀를 때린다. 옛 동베를린의 중심거리인 포츠담광장주변에는 연방정부와 소니, 다임러―벤츠 그룹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사옥건설공사가 한창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건설용 크레인만 50여개. 베를린 전체로 보면 3백20여개의 주요 건물들이 동시에 건설중이다. 파헤쳐진 거리사이에 언뜻 보아도 실험정신이 드러나는 빨간색 3층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사람들이 「페허속 붉은장미」로 부른다는 인포박스. 95년 완공이후 2년간 3백60만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하루5천명꼴. 단번에 브란덴부르크문에 이어 제2의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이곳을 찾은 독일인들은 건축미와 첨단과학의 만남을 목격하게 된다. 첨단멀티미디어기술은 가상현실을 통해 앞으로 달라질 베를린시를 비행기를 타고 날며 한발 앞서 만나게 해준다. 인포박스 주변에만 21동의 대형빌딩을 건설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인포박스의 아리안 리베크 소장은 『현재 진행중인 각종 공사는 환경과 인간을 과학기술이 매개하는 21세기 통일독일과 베를린의 청사진』이라면서 이를 보기 위해 독일인들이 인포박스에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김승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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