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하는 다소 둔탁한 공치는 소리와 함께 노인들의 환호성이 터진다. 한국말과 일본말이 뒤섞인 게이트볼 경기장은 열기로 가득찬다.
지난 11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양로시설 대명노인홈 운동장에서 벌어진 한일 노인게이트볼대회 현장. 원정온 10개팀 60여명의 한국노인들과 오키나와 각지의 20개팀이 경기를 벌인 결과는 한국팀의 완승. 경기파주B팀 경북안동팀 파주A팀이 각각 1,2,3등을 휩쓸었다.
원정단장인 한국게이트볼동호인연합회의 박병엽회장은 이같은 압승에 대해 『일본팀의 평균 나이가 우리보다 7,8세 정도 많아 전략구사와 체력면에서 우리가 우세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키나와는 세계적 장수 지역. 노인행세를 하려면 80세는 넘어야 한다는 것.
이날 경기장의 70∼90대 노인들은 싱그럽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젊어 보였다. 초청자인 대명노인홈의 가미야 고시(神谷幸枝)소장은 『게이트볼을 즐기는 노인들은모든면에서나이보다 젊다』고 말했다. 노령에 적당한 동작과 게임에 필요한 두뇌회전이 그 비결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치매환자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뒤풀이로 열린 리셉션에서는 양국 노인들이 격의없이 어울렸다. 「에이샤」라는 템포빠른 북춤과 어우러지는 이곳 민요와 아리랑 가락에 맞춰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일본땅이지만 지난 시기에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최대 피해지역인 이곳 사람 중에는 일본에 강점당하기 전의 류큐왕국이 조선과 더 가까웠다는 사실을 말하는 이도 있다.
〈오키나와〓강상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