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차이나 100일]무질서… 高물가… 관광객 격감

  • 입력 1997년 10월 7일 19시 56분


홍콩생활 10년째인 교민 김모씨(54)가족 4명은 최근 빈 택시를 세웠다가 택시가 승차를 거부하고 달아나버리는 경험을 했다. 주권반환 이후 홍콩의 변화된 모습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철저한 규정 지키기와 몸에 밴 서비스. 「홍콩의 명물」 홍콩택시의 전통은 이처럼 사라져가고 있다. 주권반환 전까지 홍콩에서 노란불이 켜졌을 때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택시기사는 없었으나 요즘은 으레 그냥 지나간다. 거리도 달라졌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다보니 뒷골목이나 이면도로에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기 일쑤지만 아침이면 깨끗이 청소되어 있는 게 이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지저분한 상태가 오래 간다. 8일로 홍콩 주권반환 1백일을 맞는다. 영국식민지에서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구가 된 뒤로도 외형적으로 홍콩은 여전히 활기에 넘쳐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홍콩의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 변화는 질서의 후퇴와 자율의 위축 등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인 경우가 더 많다. 가장 뚜렷한 현상의 하나가 영어의 퇴조. 예전에는 공무원과 회사원은 말할 것도 없고 짐배달꾼 배관공 신문배달인들과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달라졌다.이들이 불과 몇달 사이에 영어를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지만 이제 생존차원에서 기를 쓰고 영어를 익히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홍콩당국은 현재 영어와 광둥(廣東)어 등 2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는 대다수의 초중등학교에 대해 내년부터 광둥어로만 수업할 것을 지시했다. 본토 중국인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것도 변화의 하나. 주권반환 이후 중국정부기관으로 기존의 신화사분사 외에 중국외교부 홍콩분실격인 외교부특파원파견공서와 4천명 병력의 인민해방군 홍콩주둔군이 새로 생겼다. 신임 신화사분사장은 주영 중국대사를 역임한 차관급의 장언주(姜恩柱)이며 외교부 특파원 마유전(馬毓眞)도 차관급이다. 소장인 해방군의 류전우(劉鎭武)사령관을 포함한 이들은 모두 중국의 「떠오르는 차세대 주자」들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의 사진과 연설 등을 둥젠화(董建華)특구행정장관과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홍콩특구기인 자형화기를 압도하고 있는 것도 의미있는 변화다. 중국의 건국기념일 연휴였던 지난 1∼2일 홍콩의 거리와 빌딩들은 오성홍기의 물결을 이루었다. 영국여왕 탄생기념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는 대신 새로 공휴일로 지정된 이 연휴 첫날 특구당국은 중국에서 특별히 보내온 1만7천4백15개의 오성홍기를 홍콩 전역에 게양했다. 관광지로서의 홍콩의 이름도 퇴색하고 있다. 홍콩관광협회에 따르면 주권반환 이후인 7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65만8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나 줄었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쇼핑천국으로서의 매력이 없어진데다 「동양속의 서양」이라는 독특한 이미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홍콩인들의 반응은 이중적이다. 홍콩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하는 쪽이지만 중국을 여전히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다. 최근 정체성을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17%만이 「중국인」이라고 응답한 반면 32%는 자신들이 여전히 「홍콩인」이라고 응답했다. 〈홍콩〓정동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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