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전사, 1백년만의 「死後 귀향」

  • 입력 1997년 9월 27일 20시 20분


이국 땅에 묻혀 있던 아메리칸 인디언 추장의 유해가 한 주부의 헌신적 노력으로 1백여년만에 고향땅을 밟았다. 「키다리 늑대」. 오글랄라시옥스 부족의 추장이던 그는 1876년 리틀빅혼 전투에서 명성을 날린 용사였으나 결국 허스트장군의 제7기병대에 패배한다. 미국에 굴복하기 싫었던 그는 퇴역한 영국장교가 만든 쇼단 「버펄로 빌코디의 서부극」을 따라 유럽을 떠돈다. 드넓은 초원에서 용맹을 떨치던 그가 쇼단에서 맡은 역할은 주인공인 백인에게 백전백패하는 멍청한 인디언. 고독과 모멸감 속에 살아가던 그는 폐렴에 걸려 1892년 6월 59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그후 1백년 가까이 지난 1991년. 엘리자베스 나이트라는 한 평범한 영국 주부가 우연히 고서점에 들렀다가 「키다리 늑대」에 관한 책을 집었다. 용사에서 쇼단원으로 전락한 인디언추장의 스토리에 가슴 아파하던 그녀는 결심했다. 『반드시 추장의 무덤을 찾아내 고국땅으로 돌려보내겠어』 런던의 공공묘지를 모두 뒤진 끝에 그녀는 늑대 한마리가 새겨져 있는 「키다리 늑대」의 묘지를 발견한다. 1992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키다리 늑대」의 증손자인 「검은 깃털」이 이름모를 영국인 주부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인디언학회 등 여러 단체를 수소문한 나이트부인이 마침내 「키다리 늑대」의 고향을 알아낸 것. 〈강수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