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또 피의 테러…주민 2백명 집단살해

  • 입력 1997년 9월 24일 19시 51분


알제리는 「아프리카의 킬링필드」인가. 이 나라에선 잔인한 보복과 테러의 악순환이 6년째 계속되고 있다. 22일 밤 수도인 알제 남부 벤탈라 지역에서 마을 주민 2백여명이 무장괴한들에게 집단 살해된 것은 알제리 내전기간중 최악의 학살사건이다. 목격자들은 괴한들이 기관총과 사제수류탄 화염병 지뢰 부비트랩 등을 사용해 가옥을 파괴하고 주민들을 살해했다고 전했다. 여자와 어린이들이 대부분인 희생자들은 목이 베였거나 불태워진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다. 수십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테러로 목숨을 잃는 사태는 하루건너 한번씩 발생하고 있다. 이유는 정쟁(政爭)때문. 알제리에서는 92년 이슬람구원전선(FIS)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총선을 군부가 취소하고 FIS를 불법화하자 이슬람세력이 정권 타도투쟁을 결의, 내전에 들어갔다. 이슬람세력은 어린이와 여성, 외국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테러로 정부를 공격했다. 게다가 칼로 목을 베거나 산 채로 불을 지르는 등 잔인하기 짝이 없는 방법을 사용,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군부의 지원을 받는 알제리 정부는 이슬람 세력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소탕작전과 고문살해 등으로 보복, 민간인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졌다. 지금까지 내전 희생자는 모두 6만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알제 남쪽 교외에서 아틀라스산맥에 이르는 미티자평야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벤탈라를 비롯, 시디무사 부파릭 마을 등이 집단학살사건의 주무대가 되면서 수천명이 희생되는 등 죽음의 들판이 돼버렸다. 테러가 수그러들지 않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국제사회는 최근 우려표명을 넘어 알제리 정부에 대책 마련을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사면위원회는 21일 알제리 정부에 민간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확고한 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과거 집단학살사건에 보안군의 개입이 늦었던 점을 지적했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리아민 제루알 대통령에게 이슬람 세력과의 정치적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알제리 정부는 내정간섭이라며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알제리 정부는 지난 6월 총선에서도 이슬람 정당의 참여를 금지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해오고 있어 국제사회의 개입 등 획기적인 계기가 없는 한 알제리 내전 해결은 요원하게 보인다. 〈고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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