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시작된 강제불임시술 파문이 일본에도 번졌다.
「여성의 신체와 의료를 생각하는 모임」 등 17개 일본 시민단체는 16일 일본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47년부터 지난해까지 1만6천여명에게 강제불임시술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 단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후생상에게 제출한 요망서에서 이같이 주장, 실태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와 정부 차원의 사죄 및 보상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6월 관련법 조항이 삭제될 때까지 간질 혈우병 등 유전성 질환자와 정신병환자 정신박약보유자를 포함, 모두 1만6천5백20명이 난관절제나 정관수술을 강제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제불임시술 파문은 최근 스웨덴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스웨덴 유력신문 다겐스 니헤테르는 스웨덴 정부가 20년대부터 76년까지 약시 정신지체 등 열등한 속성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국민 6만여명에게 강제불임시술을 했다고 폭로했다.
그후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 등도 국책으로 불임시술을 강제한 사실이 잇따라 폭로됐다. 덴마크는 지난 29년 유럽 최초로 강제불임시술에 착수한 이래 67년까지 1만1천명에 대해 이를 실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같은 잇따른 폭로로 세계적으로 비난여론이 비등해지자 스웨덴과 덴마크는 정부차원에서 진상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1880년대에 창시된 우생학은 20세기초 유럽 미국 캐나다 등지를 휩쓸었다. 이 시대는 인권의식이 상대적으로 엷은 반면 과학에 대한 맹신과 전체주의적 발상이 풍미했기 때문. 이들 국가는 우생학을 통해 열등한 인간을 제거함으로써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불임시술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런 비인간적 제도가 최근까지도 유지됐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