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취재 현장르포]『「제2킬링필드」오나』 공포

  • 입력 1997년 7월 7일 20시 05분


《프놈펜 상황은 4백여㎞ 떨어진 앙코르와트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시엠리프시 국내선공항이 무장군인들에 의해 벌써 사흘째 폐쇄돼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고 무장군인들이 시내 도처에 순찰을 하고 있다. 시민들은 크메르루주시대의 악몽에 몸서리치면서 프놈펜의 정쟁으로 또 다른 피비린내가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유적을 찾은 20명의 한국인을 비롯, 1백50여명의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 주민들조차 외출을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프놈펜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가까운 제2도시 바탐방을 비롯, 반티 메안치 등 지방도시에서도 총격전이 간헐적으로 벌어지고 무장병력을 태운 트럭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캄보디아 전역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고 이곳 주민들은 전했다.

이곳에서 들려오는 프놈펜 상황은 심각하다. 포첸통 국제공항은 계속 폐쇄된 상태이고 캄보디아 국내의 교통수단도 대부분 마비상태에 빠져있다. 국제공항의 경우 시가전이 벌어지면서 직원들이 전원 소개(疏開)된 후 복귀지시가 내려지지 않아 여객기 운항이 중단되고 있는 상태.

6일 밤 늦게까지 총성과 박격포 폭발음이 계속 들렸으며 7일에도 장갑차와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등이 이어지고 시내 곳곳에는 포연이 솟아올랐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또 전투가 계속되자 자전거나 오토바이는 물론 도보로 간단한 짐을 꾸려 피란을 떠나는 인파의 행렬이 태국 등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가득메우고 있다는 것. 6일에는 시내 중심부를 흐르는 톤레 바사프 강둑에도 수백명의 시민들이 외부로 빠져 나가는 배를 타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7일 오전부터 프놈펜시내는 훈 센 제2총리의 병력이 시가지를 90%가량 장악한 가운데 라나리드 제1총리의 푼신펙당사에서는 무장병력의 대치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부터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가운데 훈 센총리가 6일밤부터 국가평의회의장직을 대행하고 있으며 정적인 라나리드파에 대한 일제 검속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캄보디아 국민들은 라나리드 제1총리가 훈 센총리측을 대상으로 무기한의 레지스탕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들어 이로 인한 제2의 킬링 필드가 전 국토에서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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