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센의 쿠데타인가, 아니면 국법수호인가.
캄보디아의 노로돔 라나리드 제1총리와 훈 센 제2총리간의 뿌리깊은 갈등이 급기야 내전사태로 번져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내전 이틀째인 6일 현재 훈 센측이 프놈펜의 주요거점을 장악한 가운데 양측이 병력을 수도로 끌어들이고 있어 극적인 타협이 없는 한 또 한차례의 비극이 예고되고 있다.
두 정적(政敵)은 최근 크메르루주와의 협상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은 끝에 최악의 상황을 불러온 것. 라나리드총리와 훈 센 총리의 결별은 만남부터 이미 예견돼 왔다. 두 총리가 「적(敵)과의 동거」에 들어간 것은 지난 93년. 그 이전까지의 정세도 매우 불안정했다. 친미 론놀정권에서 폴 포트정권으로, 다시 베트남세력을 등에 업은 캄보디아 인민공화국으로 넘어가는 등 혼란을 거듭하면서 13년간의 지루한 내전이 이어졌다. 91년 캄보디아의 4개 정파는 오랜 내전을 끝내기 위해 파리에서 평화협상을 체결, 93년 유엔의 감시아래 총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시아누크국왕의 아들 라나리드가 이끄는 민족연합전선이 당시 훈 센총리의 캄보디아인민당을 누르고 제1당으로 떠올랐다. 입헌군주제 채택에 따라 왕위에 오른 시아누크국왕은 라나리드를 제1총리로, 훈 센을 제2총리로 지명하면서 연립정권을 구성했다.
두 총리측은 내년 5월총선에서 단독정권을 꾸리기 위해 세력다툼을 해왔는데 최근 크메르루주를 둘러싼 갈등도 세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군병력 등에서 우세한 훈 센총리측에 대항해 라나리드총리가 크메르루주반군과 접촉, 1만명으로 추정되는 크메르루주군의 영입을 추진하자 훈 센총리측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선제공격을 시작한 것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강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