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젊은 남녀가 해변에서 입을 맞추고 있다. 여자가 남자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인다. 남자가 몸을 일으키더니 근처의 콘돔 자판기 앞으로 달려간다. 그가 하나뿐인 동전을 꺼내 자판기에 집어넣으려는 순간 아이스크림 자판기가 화면 가득히 나타난다. 이 남자는 무엇을 샀을까.
물론 아이스크림이다. 영국 매그넘 아이스크림회사가 만든 TV광고의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요즘 섹스가 TV광고의 소재로 얼마나 널리 사용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44회 국제광고 페스티벌. 광고 콘테스트로는 가장 권위있다는 이 행사에 60여개국에서 활자와 TV광고 1만1천여점이 출품됐다. 27일자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지에 따르면 이들 출품작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소재는 섹스다. 그것도 노골적인 성적 묘사와 표현들이 광고하려고 하는 제품의 종류와 성격에 관계 없이 마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동성연애자인 두 여자가 입을 맞추는 장면이 나오는 캐나다의 맥주광고 △갓난 아기가 어머니의 젖가슴에 안겨있는 사진밑에 「아기의 최초의 에어백」이라는 문구가 나오는 브라질의 자동차 광고 △관능적인 인어가 물 속에서 진바지를 입은 청년과 「수작」을 벌이는 영국의 옷광고 등.
유에스에이 투데이에 따르면 미국보다도 유럽과 남미에서 제작되는 광고들이 더 노골적이다. 곰인형과 개구리 펭귄 따위가 자주 등장하는 미국의 광고물들은 경쟁이 안될 정도라는 것. 미국에서는 TV프로그램마다 미성년자 관람가, 불가의 등급이 매겨져 있는 등 광고의 음란성 여부에 대한 시장과 사회의 감시 기능이 확립돼 있어 동성연애자는 고사하고 남녀가 입을 맞추는 장면도 찾아보기 어렵다.
섹스가 소재가 되는 이유에 대해 광고인들은 『젊은 층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래의 고객」들의 눈길을 순식간에 잡아끌어 제품에 대한 인식을 가장 확실하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광고란 결국 그 나라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섹스에 집착하는 광고가 반드시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지적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