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비첸차 金제품전시회]섬세…동양적 분위기 『번쩍번쩍』

  • 입력 1997년 6월 28일 07시 49분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지방의 비첸차시. 팔라디오 스카모치 등 전설적인 이탈리아 건축가들이 지은 고풍스런 건물 사이로 바킬리오네와 레트로네 두 강이 굽이쳐 흐르는 도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7백50여개의 금 장신구 세공업체가 흩어져 있는 「금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매년 6월 이곳에서는 세계 70여개 금광업체의 협력단체인 월드골드카운실(WGC)과 비첸차무역진흥국이 공동개최하는 세계 금제품 전시회(Vicenza Oro)가 열린다. 세계 금 장신구 디자인의 흐름을 제시하는 축제다. 지난 14∼19일 열린 올해 전시회에는 21개국 1천2백90개 업체들이 3천7백여개의 부스를 개설했다. 한국 일본 등 90개국에서 온 9천여명의 귀금속업 관계자들은 거래 상담을 하거나 새로운 유행을 포착하기 위해 1만3천평의 전시관을 돌아보았다. 대부분의 부스에서는 풍만한 여성미를 표현하는 볼륨감 넘치는 장신구를 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소재의 장신구를 결합한 제품도 적지 않았다. 가죽끈이나 낚싯줄에 금이나 백금 소재의 장신구를 단 목걸이도 대거 선보였다. 지난해부터 유행한 백금제품도 좀 더 볼륨감 있는 형태로 다양하게 출품돼 백금 장신구의 유행이 한동안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올 전시회의 가장 도드라진 특징은 동양미를 강조한 장신구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비첸차시의 카오두로 파올로사는 동양의 매듭과 흡사한 금목걸이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나폴리시의 콘테 지오이엘리사는 대나무를 연상시키는 줄에 깜찍한 장신구를 단 목걸이와 루비를 박은 국화 모양의 목걸이 팔찌 반지 등을 전시했다. 이탈리아의 필크 테크니골드 등 대부분의 업체에서 곡선미를 강조하고 섬세한 선을 새겨 넣어 동양적 이미지를 풍기는 장신구들을 출품했다. WGC의 디자인고문으로 세계 최대규모의 금체인업체 필크 등에서 기술자문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 다니엘라 인베르니치는 한국기자들을 만나 『동양적 분위기의 귀금속은 독자적인 유행이라기 보다는 「이민족풍 패션」(에스닉 룩·Ethnic Look)의 한 줄기』라고 설명했다. 서구 장인(匠人)들이 전세계의 토속문화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으려는 노력 중 하나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WGC의 아시아책임자인 기타루 이나야키는 『유럽의 디자이너들이 동양미에 눈을 돌리는 것은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아시아 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첸차〓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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