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者예비회담 수락배경]北『식량 챙길만큼 챙겼다』판단

  • 입력 1997년 6월 25일 20시 18분


북한이 「선(先)식량보장 요구」를 일단 접고 4자회담 예비회담 참가를 최종 수락하고 나선 것은 「아쉽기는 하지만 현단계에서 얻을 것은 다 얻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4자회담 논의의 진전을 통해 사활적 이해가 걸린 식량확보와 北―美(북―미)관계개선을 추구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북한은 식량확보쪽에 비중을 더 두었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그동안 4자회담 개최를 위한 韓美(한미) 양국과의 접촉에서 요구한 것은 「예비회담전 60만t, 본회담전 90만t의 식량지원 보장」이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정부차원의 대규모 식량지원문제는 4자회담에서 논의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북한의 노력은 번번이 벽에 부닥쳤다. 지난달 30일 이후 무려 6번에 걸쳐 열렸던 뉴욕 실무접촉은 바로 식량지원을 보장받으려는 북한과 4자회담에서 얘기하자는 한미 양국간의 지루한 줄다리기였고 결국 북한은 두손을 든 셈이다. 이처럼 북한이 물러선 것은 크게 두가지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북한이 이미 올들어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를 통해 60만t 이상의 식량을 지원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예비회담전 60만t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두번째로는 4자회담을 어느정도 진전시켜 나가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음직 하다. 여기에는 지난해 잠수함사건때와 같은 긴장국면에서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도 끊긴다는 뼈아픈 교훈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북한이 본회담으로 가는 길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정부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예비회담 단계에서 또다시 식량지원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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