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국 조지아주의 레이니 호수에 있는 외딴 섬에 헨리 키신저 전국무장관, 콜린 파월 전합참의장, IBM의 루이스 거스너 회장, 네덜란드의 베아트릭스 여왕 등 세계적 거물들이 은밀히 도착했다.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담당특보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조지 스테파노폴로스 전대통령수석비서관도 거물 대열에 합류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거물들은 유럽의 왕실과 다국적기업회장 경제학자 은행가 언론인 등 1백20명.
그러나 세계적 거물들이 외딴 섬에 모인 이유를 아는 외부인은 아무도 없다. 유명인사들을 경호하는 경찰조차 그 이유를 모른다.
철통같은 보안 속에 15일까지 회합을 끝낸 이들은 아무런 발표도 없이 섬을 떠났다. 이 회합을 보도한 로이터 통신도 이 모임에 대해 확실히 아는 것은 참석자 명단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 거물들이 막후에서 세계를 조종하는 우익세력이 있다는 이른바 「우익 세계 음모론」의 대상으로 지목받아온 「빌더버그 그룹」의 멤버들이다. 1954년 공산주의의 위협에 맞서 유럽과 미국의 공동대응을 위해 창설된 이 모임의 제1회 회합이 네덜란드의 빌더버그 호텔에서 열려 빌더버그 그룹으로 불린다.
지난해에는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비밀리에 회동한 이 그룹 멤버들은 세계의 모든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되 회합후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참석자들은 모임의 내용을 발설하지 않도록 주의를 받으며 실제로 한번도 누설된 적이 없다. 이같은 보안조치 때문에 이들이 막후에서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워싱턴〓홍은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