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한 면책특권 덕분에 현역의원일 때는 뇌물을 받아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던 영국 의원들이 앞으로는 중벌을 받게 될 것 같다.
영국 의원들의 면책특권은 1689년 제정된 권리장전에 의해 보장된 것으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를 피력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 때문에 영국 민주주의를 꽃피운 원동력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보수당 정권 아래서 의원들의 뇌물스캔들이 잇따르면서 현행 면책특권이 「면죄부」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대두되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 집권한 노동당정부는 정치권의 정화를 위해 뇌물을 받은 현역의원들에 대해 의원직 박탈 외에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뇌물방지법 제정을 추진중이다.
선데이 타임스지는 8일 노동당정부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며 늦어도 내년 11월까지는 법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새 법안에 따르면 의회에서 유리한 질의를 하는 대가로 기업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원들의 경우 현재는 의원직 박탈이 최고의 처벌이지만 앞으로는 의원직 박탈에다 최고 7년의 징역형이나 무한대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뇌물을 받을 경우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다는 현재의 규정은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의원들이 투표로 찬성해야만 시행이 되기 때문에 의원직을 빼앗긴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난 94년 선데이 타임스지가 의원들의 청렴도를 조사하기 위해 기업체 대리인이라고 속여 접근했을 때 의원 2명이 1천파운드를 받아 논란이 되었으나 두 사람은 각각 2개월과 6개월간 「등원 금지」 처벌을 받았을 뿐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런던〓이진령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