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규민특파원] 미국 기업사회에 계급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조직을 단순화하고 기업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과장 부장 등 직위와 직급을 아예 없애 버리는 회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계급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이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실리콘 그래픽스 그리고 월트 디즈니사와 뉴욕타임스 산하의 경제뉴스 공급회사인 블룸버그 뉴스와이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회사에서는 최고경영자 등 극히 제한된 몇몇 임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원들의 직급이 똑같다. 경력과 업무의 중요도, 보유기술 등에 따라 개인별 급여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심지어 부사장부터 직급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들도 많다.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사장 이외에는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다. 모터 사이클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할레이 데이비슨사가 그 대표적인 기업이다.
미국의 초일류기업들이 왜 계급파괴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것일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기존의 수직조직에 따른 계급화가 조직을 경직시키기 때문이라는 것. 층층으로 존재하는 직급이 업무의 효율을 올리는데 기여하기보다는 특권적 권한행사에 치중되어 오히려 조직의 활성화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업이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시로 조직개편을 해야 하는 요즘 상황에서 직급체제를 고집하다 보면 위인설관식 인사를 피할 수 없다고 미국기업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회사조직이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을 되풀이 하는 경우도 많아 직급이 의미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계급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직급을 없앤 뒤 조사해 보니 민주 평등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