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기자] 일본에 강제연행돼 온갖 고초를 당하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위로받지 못한 채 구천(九泉)을 떠도는 희생자들의 영혼. 그 넋을 기리고 강제노역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한국과 일본의 양심적인 학자 시민의 노력이 3.1절의 의미를 새삼스레 되새기게 한다.
「기슈(紀州)광산의 진실을 밝히는 모임」. 1942년에서 45년 사이 한국인 8백75명의 일본 미에(三重)현 기와(紀和)지역 기슈광산 강제노역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 추모사업을 추진하는 모임이다. 한국측에서 洪鍾(홍종필)명지대교수, 한국인 중국인 강제연행자를 조사해온 일본 아시아문제연구소의 재일동포 朴慶植(박경식)소장과 재일사학자 金靜美(김정미)씨, 오사카(大阪)산업대의 사이토 히데하루교수를 비롯, 2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한국인은 홍교수 한명뿐.
지난해 9월 사이토교수와 박소장의 주도로 시작된 이 작업은 그동안 양국을 오가며 수차례의 기초조사와 예비모임을 거쳐 지난달 9일 모임을 결성, 본격적 작업에 나선 것이다.
기슈광산의 참혹한 강제노역은 지난 93년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의 일본 방문시 우리 정부의 요구에 따라 일본측이 관련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처음 밝혀졌다. 그러나 진상규명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
일본 후생성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연행자중 생사여부가 확인된 인원은 7백38명. 이중 귀국한 사람들은 1백20명에 불과하고 사망 5, 탈출 2백83, 잔류 2백9명 등이고 나머지는 생사불명이다. 이 모임은 올해안으로 진상조사와 함께 현장에 추모비를 세우고 일본 기와지역의 공식 역사책(紀和町史·기와 교육위원회 발행)에 한국인 강제연행 사실을 기록할 수 있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일본측은 영국인 포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희생자 묘지와 추모비를 만들어주고 매년 위로행사까지 해주면서도 한국인 희생자들에 대해 보상은커녕 묘지 하나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이 모임은 5월말 광산현장에서 강제연행에 앞장섰던 재일한국인 許圭(허규·일본거주)씨를 증언대에 세우고 6월엔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