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앙銀 독립싸고 獨-佛 논쟁

  • 입력 1997년 2월 5일 20시 13분


<<유럽연합(EU)의 단일 통화체제와 중앙은행 문제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EU의 양대 중심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금융통화제도의 운용에 대해 기본적으로 다른 방안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이를 독립적이고 포괄적으로 보는 편에서는 통화발행뿐 아니라 금융위기 대처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이 이런 입장이며 이에 따라 중앙은행에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위상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금융위기나 통화관리 등의 정책이 경제전문 영역을 넘어선 핵심적 정치문제라고 보고 중앙은행이 정부에 소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의 경우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독일, 그 감독기관인 재정경제원은 프랑스의 시각과 각각 동일하다. 논쟁의 내용을 알아본다.>> ▼ 독 일 ▼ [본〓김창희특파원] 내년에 설립될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독일의 입장은 한마디로 철저한 독립성의 보장이다. ECB의 독립성만이 유럽단일통화 유로화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것. 최근 독일의 테오 바이겔 재무장관이 프랑스측에서 고집하는 소위 「안정협의회」의 구성에 동의하면서도 「ECB의 독립성 유지」를 전제조건으로 삼은 것만 보아도 이들의 입장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또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은행)의 전직총재 카를 오토 푀엘 역시 프랑스측의 주장을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달러와 엔화에 대한 유로화의 고정환율을 유지하는 데에 경제전문가들 외에 반드시 정치인들이 개입해야 한다는 발상법이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이같은 프랑스의 주장은 단일통화 출범을 위해 노력중인 금융전문가들에 대한 모독인 동시에 이미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대(對)달러화 고정환율을 포기한 현실을 잘못 파악한 결과라는 것이다. 물론 독일의 입장은 마르크화를 2차대전후 가장 안정된 화폐로 관리해 온 분데스방크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이 경험은 중앙은행의 금융전문가들이 정치논리에서 떠나 있을 때에만 기능적으로도 성공적인 정책수단을 택할 수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이 판단은 독일 정부뿐 아니라 일반 독일인들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가장 안정된 마르크화(貨)를 포기하는 마당에 유로화의 안정성을 무엇인가가 보장해주어야 하는데 현존하는 제도 중에선 분데스방크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이뤄질 유럽통합체를 정부간 연합체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연방성격의 단일경제단위로 끌고 가려는 독일측의 내심도 이 주장에는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김상영특파원] 통합이후 유럽의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ECB)과 회원국내 중앙은행으로 이원화된다. ECB는 단일화폐인 유로화를 발행하는 최종은행인 동시에 화폐안정을 도모하는 통화정책 최고결정기관의 역할을 담당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대신 2002년까지 병용키로 한 자국화폐를 계속 발행한다. 그러나 유럽통합의 기초문서인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ECB의 역할에 대해 「신용기관에 대한 감독과 금융체제의 안정에 관해 관계당국이 수립한 정책을 운용한다」고 다소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규제 및 금융위기를 예방하는 기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르게 해석할 소지를 남겨놓은 셈.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중앙은행과 은행감독기관을 분리해놓은 독일과 달리 중앙은행인 프랑스은행이 감독업무까지 맡는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체제다. 통화정책을 바라보는 프랑스의 시각은 화폐문제는 기본적으로 일종의 정치현상이기 때문에 전문관료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는 것. ECB에 대해서도 프랑스는 이같은 자신들의 철학을 그대로 관철하려 하고 있다. ECB의 역할은 유로화 공급으로 최소화하는 대신 각종 통화규제나 금융위기 예방같은 기능은 기존 각국 중앙은행이 고유 사정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그대로 남겨두자는 것이 프랑스측의 입장이다. 프랑스는 더욱이 ECB의 힘을 견제하기 위해 유로사용국 재무장관들로 구성된 「안정협의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프랑스는 그러나 독일의 반발을 의식, 이 협의회가 금리 통화량 환율관리 등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기능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대세는 스위스 벨기에 등이 공개적으로 독일모델을 지지하는 등 독일쪽에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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